복음에 미친 자

복음에 미친 자

[ 목양칼럼 ]

이종학 목사
2017년 06월 21일(수) 10:45

사도바울은 아그립바 왕 앞에 죄수의 신분으로 서 있다. 보통은 심문이나 재판을 받지 않고 풀려났을 경우를 다행이라 할 것이나 사도바울은 서슬 퍼런 왕과 총독의 권력 앞에 비록 변명하는 상황일지라도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도행전 26:3~23에서 자신의 과거사부터 예수그리스도를 믿게 된 동기까지 또렷이 증언한다. 재판의 결과나 그에 대한 엄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의 기회를 기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마침 그의 증언은 곁에 있던 총독도 함께 들었다. 전에 알던 바울과 너무 다른 것에 놀란다. 그래서 총독은 이렇게 외친다.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행26:24). 그랬다. 베스도 총독의 말처럼 사도바울은 예수그리스도께 미쳐 있었다. 거지 오장치 짊어지듯 깊숙이 빠져 있었다. 

미쳤다는 말은 특별한 일에 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도바울은 로마교인들에게 그렇게 권했다.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롬12:11) 베드로도 같은 말씀을 했다.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4:8)

예수님께서는 덥지도 차지도 않고 미적지근한 라오디게아 교인들에게 "무릇 내가 사랑하는 자를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계3:19) 하셨다. 헬라어로 미쳤다는 말은 '마이네'이다. 영어에서는 '마니아'(mania)라 하고 우리도 그대로 쓴다. 무슨 운동이나 취미 혹은 무슨 물품 수집 같은 것을 열심히 하면 마니아라 한다. 그 일에 미쳤다는 뜻이다.

이런 조크가 있다. 소방관과 경찰관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나? 소방관이 이긴다. 물 불 안 가리고 싸울 테니까. 그럼 소방관과 장님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 장님이 이긴다. 눈에 뵈는 게 없을 테니까. 그러면 장님과 노인이 싸우면? 노인이 이긴다. 죽기 살기로 하실 테니까. 그런데 물불 안 가리고 뵈는 것도 없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 있다.

바로 미친 사람이다. 뭔가에 단단히 빠진 사람이다. 그런데 예수님 십자가와 부활 사건에 제대로 꽂히면 물불 안 가리고 눈에 뵈는 게 없거나 죽기 살기로 하는 것 그 이상으로 강력해진다. 사도바울이 그랬다.

그의 일생은 사나 죽으나 주의 것이었다. 온통 예수님께 정신이 팔려 살았다. 가는 곳마다 복음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교회와 교인들의 영적건강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편지를 썼다.

베드로는 십자가를 거꾸로 지고 순교의 형장으로 갔다. 요즘 우리교회 장로 중에도 그런 분이 계신다. 밤 낮 없이 시간 물질 따지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주님 일이면 발 벗고 나선다. 그의 미소는 해처럼 밝고 그의 손은 따뜻하다. 그의 걸음은 빠르고 그의 눈은 늘 촉촉하다. 다들 미쳤다 한다.

이런 사람의 길은 막을 자가 없다. 뱀을 집으며 독을 마셔도 해를 받지 않는다. 이단 사이비가 범접치 못 하고 악한 영들도 싹 물러간다. 유사 그리스도인 가짜 예수쟁이 짝퉁 직분 자는 모르는 세계이나 예수님 그 사랑에 미치고 빠져 본 사람들은 아는 사실이다.

 

이종학 목사

진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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