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 모르고 싶지 않아요

내일 일, 모르고 싶지 않아요

[ NGO칼럼 ]

박경현 대표
2017년 06월 14일(수) 15:28

요즘처럼 과학기술과 교통통신의 발달로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휙휙 달라지는 변화 속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교육은 허둥대고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바라보고 자신의 삶의 목적과 목표를 정하라고 다그친다.

"네 삶의 목적은 무엇이니?, 너는 무엇을 위해 살 거니?, 너의 꿈은 무엇이니?" 어린이에게조차 이런 저런 질문지를 가지고 아이의 성격과 적성, 재능을 가늠하고 앞날의 계획을 세우라고 몰아세웠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의 꿈과 진로를 명확한 단어로 대답할 수 있다.

한편 청소년이 꿈과 미래의 직업을 정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가 강조되고 학교마다 진로지도 전담 교사 직책이 생겼다. 조사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중학생들은 학업과 진로에 대해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보다 훨씬 더 큰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부담감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꾸어줄 수 있을까?

씨드스쿨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자신이 세상에 유일하게 독특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 의미있는 존재임을 깨닫도록 돕고자 한다. 무언가가 되어야만 의미있는 삶이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의미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의사가, 과학자가, 예술인이, 상담가가, 아니면 그냥 착하고 성실한 평범한 회사원이, 그저 중산층 정도만 돈을 벌 수 있다면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이 되는대로 살고 싶기도 한 다양한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기보다는 왜 그런 삶이 중요한지 되새겨보도록 한다.

그래서 1년이란 기간 동안 대학생 멘토와 길벗이 되어 내가 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비슷한 삶을 찾아가 기웃거리며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꿈의 목록 후보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대학생 멘토는 중학생 멘티인 씨드가 궁금하고 호감 갖는 삶을 좀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도록 질문하고 조언하면서 '만나고 싶은' 어른, 소위 '롤 모델'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도록 돕는다.

애견미용사, 바리스타, 음악제작자, 간호사, 유아보육교사, 경찰관, 댄서, 운동선수 등 제각각의 분야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을 찾아가 여쭙고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자신을 슬며시 대보는 것이다. 그리고 수없이 질문하게 된다.

나에게 이 길이 맞을까? 나는 이 일을 하면 만족스럽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까? 나는 왜 이것이 되고 싶은가? 나는 이 일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이루려고 하는 것일까? 내 능력과 여건으로 이룰 수 있는 길일까?

아이들은 정규교육과정에 의한 수업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을 세운다. 자유학기제에 의한 교육과정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씨드스쿨에서는 중학생이 나만의 한 사람, 대학생 멘토인 티와 1:1로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관심분야를 두드려보고 열어보고 디뎌보고 하면서 자신의 개성과 능력, 꿈을 재본다.

씨드스쿨에 참여한 중학생들 중에는 그동안 가졌던 꿈이 허상이었음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아이도 있다. 또 씨드스쿨에서 발견한 꿈을 굳게 붙잡고 노력해서 씨드스쿨을 마친 후에도 고등학교와 대학을 지나는 동안 하나하나 성취하며 다가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학생 봉사자인 티도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중학생 멘티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을 함께 이끌면서 자신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잘 가고 있는 것일까?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나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다시 돌아보고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이 과정은 단지 중학생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중학생 멘티와 대학생 멘토의 '동행'이고 '함께 변화'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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