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어린 섬김

진심어린 섬김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6월 14일(수) 13:42

농촌은 이미 고령화가 심화되고 농촌지역의 많은 마을공동체는 붕괴됐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여전히 농촌에 남아 교회공동체를 품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을 섬기는 농촌의 목회자들을 보면 "그래도 아직은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교회의 성장제일주의, 목회자의 권위의식, 폐쇄적이고 비도적이라는 교회를 향한 세상의 손가락질이 적어도 그들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광양에서 붕어빵을 굽는 목회자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끌던 한 목회자가 있었다. 그는 대부분 80세가 넘는 노인들이 100여 명 정도 머무는 작은 마을에서 농협의 작은 창고를 빌려 목회를 한다.

차 트렁크에는 양말이 잔뜩 실려있는데 노인정을 다니다가 혹여 구멍난 양말이 보이면 바로 새 양말로 신겨드리기 위해서다. 그는 "스스로 아들이 되기로 했다"고 말한다. 진심이 통했다. 교회 행사라도 하면 주민 80여 명이 교회를 찾는다.

"시골 노인들이 할 일이 없으니까 …"로 치부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마을에 교회가 서고, 목사님이 오시니까 신난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정말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목회자 한 명의 '진심어린 섬김'이 마을을 살리고 주민들을 춤추게 했다. 그에게서는 목회자의 권위주의도 물질적인 욕심도 신앙과 일상의 불일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자켓을 벗고, 손수 차를 따라 마시는 모습에 국민들이 열광했다. 국민들 스스로도 "너무 당연한 데 눈물이 난다"고 감격해 했다.

어쩌면 세상이 교회에 바라는 것도 참 별 거 아닐텐데. 세상도 변하는 데 '할 말 못하는 교회', '돈과 권력에 빠진 교회'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유난히 부끄럽다.

종교개혁 500주년,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교회가 개혁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까!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는 말씀이 유독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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