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을 위한 첫 걸음

수습을 위한 첫 걸음

[ 기고 ]

허 웅 목사
2017년 05월 25일(목) 09:49

우리 교단 내에 몇 회기 째 노회를 열지 못한 노회가 있다. 때문에 교회 행정은 물론이거니와 노회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목사는 행정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필자도 타 노회에서 전입해 왔으나 아직 행정적으로는 무임목사로 남아있는 상태이며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목사후보생들이 목사안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회 임원 뿐만 아니라 원로들이 나서서 중재를 하며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사고노회가 되었고, 얼마 전에는 수습노회를 소집하기에 이르렀다. 알려진대로 수습노회 마저도 정족수 미달로 산회되고 말았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총회장이 소집한 수습노회가 이미 노회장이 소집했으나 여러 차례 산회되었던 노회의 상황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비정상적인 노회를 수습하기위해 소집하는 노회라면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총회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개회성수이다. 개회성수에 대해서는 제76조에서 노회는 회원(시무 목사와 총대 장로) 각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습노회 상황에는 그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간과할 수 없는 상황적 변수가 있다. 바로, 목사의 시무지 이동이다. 특히 노회원인 부목사는 임기가 1년이므로 시무지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두 번의 노회가 소집되지 못하는 동안 정확히 몇 명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부목사들이 사역지를 이동했다. 전국 67개 노회로 사역지를 이동한 부목사들이 하루 시간을 내어 노회 참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가 않다.

수습노회에는 정기노회나 임시노회와는 달리 어느 정도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기도 한다. 노회장이 소집하는 정기노회나 임시노회는 철저하게 총회법에 준하여 진행되어야 하나, 총회장이 소집하는 수습노회 만큼은 모이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교회법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법리적으로 잘못된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노회가 되기 전 노회가 최초로 불협화음이 나고 결국 모이지 못할 때 총회 주제는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였다.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상황인지 씁쓸하기까지 하다. 서로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해결될 수도 있었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 결국 총회장이 수습하려고 하지만 모이지 않았으니 안 된다면 예수님이 총회장으로 오신다고 해도 달라질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회장의 권위에 따라, 화해와 수습을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이고 상황변화에 따른 유동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서 더 이상 교회 내에서 분쟁의 소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시 거룩한 교회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회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수습을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총회는 거룩한 노회의 회복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오라, 우리가 변론하자'고 하셨던 하나님의 음성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이며 화해를 위해 더욱 마음과 지혜를 모을 것을 기대한다.

 

허웅목사/목천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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