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딛고 목회 전념 … 친구들아, 반갑다

아픔 딛고 목회 전념 … 친구들아, 반갑다

[ 기고 ] 짧은 만남, 진한 감동, 긴 여운을 남긴 장신대 신대원 85기 홈커밍 데이

강흥준 목사
2017년 05월 25일(목) 09:47

지난 15일(월) 오후 반백의 중년들이 아내와 남편과 함께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눈에 보아도 노련함과 원숙미가 물씬 풍기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느긋하게 걸어오던 그들이 한 순간 20대 개구쟁이 청년으로 변해 버렸다. '목회자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과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거대한 비전을 품고 신학교 문을 밟고 신학 공부를 마친 후, 학교를 떠난 지 25년 만에 5대양 6대주에서 목회와 선교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동기생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름하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25주년 홈커밍 데이!'. 어머니 품과 같았던 광나루를 떠난지 25년 만에 연어가 자기가 태어난 물로 회귀하듯이 다시 광나루 선지동산으로 돌아온 모든 동기생들의 모습은 행복과 평안의 모습 그대로였다. 졸업한지 25년 만에 만나는 동기생들의 얼굴은 그동안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겪었던 모든 풍상들이 눈 녹듯이 녹아지고, 25년 전 그때의 싱싱하고 행복했던 모습을 회복하는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25년전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스승님들은 거의 대부분 은퇴한 교정이 조금 낯설었지만, 은퇴했음에도 제자들의 초청에 응해주신 은사님들과 함께 감사예배를 드리고 만찬을 함께 나누며, 25년 전 추억을 되살리고 은사님께 감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기생들과의 만남의 시간은 각자 다른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삶을 나누면서 25년이라는 시간 간격이 얼마나 좁은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His/Her Story)'가 곧 '나의 이야기(My Story)'였기에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동병상련할 수 있었다. 사역 현장에서의 진한 감동을 나누고 숙소로 향했지만 잠못 이루는 동기생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 25년 전에는 없었던 한경직 목사 기념 채플에서 가진 장신대 개교 116주년 기념식과 동문 초청(홈커밍 데이) 행사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강단 앞 계단을 가득 채운 많은 동기생들의 참석, 이제는 은퇴하시고 제2의 인생을 걸어가고 계신 은사님들과의 만남, 많은 교수님과 교직원들, 그리고 후배들의 열렬한 환영과 박수에 정말 감사했고 감동했고 감격했다.

그리고 28년전 광나루를 사수하기 위해 힘쓰므로 제적과 유급, 학점 불이익을 당했던 동기생들을 위해 당시 학장님이셨던 맹용길 교수님, 현 임성빈 총장님께서 진심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해주심으로 28년 동안 응어리졌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실 때 우리 모두는 감사하고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116년이라는 장신의 긴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얼마나 많은 아픔과 상처, 굴곡의 역사가 있었을까? 그 기나긴 굴곡의 역사 중 하나였던 우리의 사건을 기억하고 졸업 25주년 홈커밍 데이를 통해 그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하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총장님과 은사님, 학교의 배려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 감동은 모든 공식적인 행사를 마치고 이어진 오찬에서 더 진하게 와닿았다. 어제 오지 못한 동기생들이 세계교회 협력센터 2층 홀을 가득 채우고 앉을 자리가 없어 선 채로 어제 나누지 못한 사역과 삶을 나누며 대화하고 교제할 때 정말 우리는 하나고 동기구나 하는 뜨거움이 넘쳐흘렀다.

모든 학교 행사를 마치고 이어진 동기 여행은 우리의 모든 것을 풀어주고 녹여주는 안식과 힐링(Healing)의 여정이었다. 처음부터 국내 제주도 2박3일 여행, 모든 여행 경비를 동기회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무려 60여 명의 동기생들이 신청했다가 마지막 교회 사정으로 57명이 동참했었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들 최근에 이렇게 많이 떠들고 웃고 대화한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정말 많이 웃고 즐긴 여행이었다.

장신대 신대원 80기 이후 기수들은 늘어난 학생 숫자 때문에 목연과 신학과가 함께 동기회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그래서 거의 따로 동기회를 모이는 현실에서, 졸업위원장을 하고 초대 동기회장을 하면서 우리는 결코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외치면서 25년 동안 목연과 신학과가 함께해온 85기 동기회가 정말 멋지고 좋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찐한 감동과 긴 여운을 주었던 장신대 신대원 85기 홈커밍 데이를 마무리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강홍준 목사
하존교회ㆍ장신대 신대원 85기 상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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