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탈북 청소년

[ 4인4색칼럼 ]

이대성 수필가
2017년 05월 24일(수) 09:20

이대성 수필가
벨로체피아노 대표ㆍ진천중앙교회

'선생님! 사랑해요. 감사해요'라는 글귀가 각자의 사진과 함께 적혀있다.

얼마 전부터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해왔는데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이 초록색 켄트지에 손편지를 써왔다. 교실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연령대까지 각기 다른 나이의 남녀 학생 12명이 앉아있다.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똘망똘망하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지 수개월밖에 안 된 아이들이다. 일명 탈북 청소년들,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탈북 청소년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보면 부모와 함께 탈북해 중국이나 제3국을 거쳐 온 전통적인 유형과 탈북 여성이 중국 체류 중 조선족 또는 중국인과 결혼을 통해 태어나 이주해 온 경우이다. 필자의 반에 있는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은 후자로, 중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이다. 그러기에 중국어는 잘하지만, 한국말이나 한글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쓸 줄도 모르는 학생도 있다. 한국 땅에 발을 붙였으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한국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가능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소화하며 사회에 적응하려면 기본적인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렵지만 서툰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다.

통일부 자료에 의한 북한이탈주민 현황을 살펴보면 1998년 이전에는 탈북 여성 비율이 12%에 불과했으나 20여 년이 지난 2017년 3월 현재 전체 탈북자 3만 490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1%를 넘어섰다. 또한, 올해 1/4분기에 탈북한 여성 비율만을 보면 83%를 차지하고 있어 대부분 탈북자가 여성인 추세이고, 이들의 자녀인 19세 이하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25%를 넘고 있다. 또한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나 입국하는 청소년이 전체 탈북 청소년의 절반을 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한국어 공부는 아주 중요하다. 우선 듣고 말하기가 전제돼야 하는데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학생들은 이러한 기초적인 것부터 안되니 어려움이 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학생들도 치열한 입시 전쟁에서 학교 공부와 상급학교 진학이 힘든 상황인데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평생을 살아가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어려움에 직면할지 짐작이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일차적인 사회 적응훈련을 통해 문화적 충격이나 정체성의 혼란을 잡아주고 기초 학력을 향상해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정규 학교로의 진학을 돕거나 검정고시를 통해 그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탈북 청소년들이 이 나라에서 적응해 나갈 때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목표와 꿈이 한순간에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실패와 시련을 거치고 한 걸음 한 걸음 작은 목표를 이루어 나간다면 그들의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바라건대, 대한민국에 어렵게 정착한 감수성 예민한 탈북청소년들이 큰 어려움과 마음의 상처 없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해 미래의 삶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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