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이 '삶의 활력' 제공"

"경제활동이 '삶의 활력' 제공"

[ 연중기획 '이웃' ] 다문화 모범 기업 - 마을무지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5월 16일(화) 15:43
   

"쿠무스타포(필리핀어로 '안녕하세요'). 필리핀은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의 성을 모두 사용해요. 가탑 메리제인 만다오 선생님의 이름에서 가탑은 아버지의 성, 만다오는 어머니의 성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필리핀의 독특한 '성'문화를 배웠다. 내일은 중국의 전통놀이와 의상을 경험해보고, 그 다음날은 캄보디아의 인사법을 알아볼까?

이처럼 다양한 나라의 전통과 역사, 놀이와 문화를 배우면서 어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세상과 어우러지고 소통하는 법을 몸으로 익힌 아이들이 과연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언어가 나랑 틀리다고 해서 차별하고 무시하게 될까.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다문화사회를 꿈꾸는 여성들이 있다. 다문화기업 '마을무지개'(대표:전명순)는 지난 2012년부터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강사를 양성하는 다문화 교육기관이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태국 러시아 등의 결혼이주여성과 은평구의 지역여성까지 20여 명이 함께 하는 '마을무지개'는 8개국의 다문화강사풀을 갖추고 있으며 전국의 유치원, 초중학교에 강사를 파견하며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한국인 교사와 다문화 교사가 2인 1조로 짝을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서툰 한국어를 극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한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접하면서 보다 생생한 문화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어 학교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마을무지개는 2007년 전명순 대표(은광교회)가 지역의 중국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교실' 봉사를 시작하면서다.

"시작은 어쩌면 이기적이었죠.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저도 그들에게 중국어를 배우고 싶었어요"라는 전 대표는 그러나 8개국에서 온 이주여성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삶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어가 아니었어요. 낯선 타국에서의 고부간 갈등, 남편의 무시, 자녀 양육에 대한 어려움 그리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 그들의 삶 자체에 대한 위로가 필요했던거죠."

전 대표는 마을은 나누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지인들을 총 동원했다. 요리, 노래, 춤, 소풍가기 등의 커리큘럼을 짜고 강사는 지인들의 재능기부로 운영했다. '예쁘지 않는 꽃 없다'라고 이름을 짓고 모임을 이어나갔다. 함께 소풍을 가고 노래도 부르고 요리도 했다. 밥을 나눠먹으면서 그들의 필요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

"그들의 가장 큰 소원은 경제적인 활동이었어요. 고향이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 한국어가 서툴고 자녀가 어렸다. 취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엄마와 함께 '중국을 배워요'란 커리큘럼으로 5회 수업을 진행했는데, 20명 정원에 4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재료비 5000원만 받았는데 강사료로 8만원이 남게 됐다. 한국에 온 후 처음으로 돈을 벌게된 그녀는 친정아버지에게 용돈으로 드렸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 대표는 공모사업에 응모했고, 상금을 타냈다. 2012년 그 상금을 발판삼아 법인을 내고 역촌시장에 사무실을 임대하면서 마을무지개가 출발했다. 함께 모인 이주여성과 '이웃' 여성들이 교육자료를 만들고 커리큘럼을 짰다. 의상을 구입하고 재료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강사를 양성했다. 지역의 학교를 시작으로 전국구로 확대해나갔다.

"수입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주여성들이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도가 높아요. 자녀에게도 남편한테 자랑스러운 아내와 엄마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지난해부터 마을무지개는 다문화 도시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메뉴를 개발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은평구 역촌동에 작은 음식점을 개업했다. '타파스'라는 이름의 다문화식당이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이주여성과 마을무지개 직원이 함께 운영한다.

이주여성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자녀양육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저녁에는 식당운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 이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이주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고 미래고 희망이다.

이주여성들에게 미래를 전하는 기업 '마을무지개'는 올해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이 됐다.

한편 전명순 대표는 지난 2014년 서울시 여성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교회내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해 본인이 출석하는 은광교회에서 매해 추수감사절이나 행사에서 다문화 공연단 '컬러링'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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