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있는 꽃들, 활짝 피기를

시들어 있는 꽃들, 활짝 피기를

[ NGO칼럼 ]

김다니엘 복지사
2017년 05월 10일(수) 11:10

나는 아웃리치 상담원으로, 영등포 노숙인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사로 7년째 일하고 있다. 아웃리치(Outreach)는 거리(현장)에 나가서 서비스 대상자를 발굴하여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노숙인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거리)에 있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거리에 있는 분들은 자포자기한 삶을 살아가는데 이 분들 대다수는 알코올릭, 정신질환, 건강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여기 소개하는 김범영(가명) 씨도 위의 조건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만성 노숙인이다. 김씨를 만난 건 2011년 입사 후 처음 영등포역에 아웃리치활동을 나가서였다. 지능이 부족하고, 언어가 부자연스러워 말도 잘 못하시지만 상담원의 인사에 밝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고 저으며 의사표현을 해나갔던 분으로 기억한다.

옷을 갈아입으라고 옷을 지급하면 몇 개고 껴입으며, 잘 씻지도 않아 냄새가 심하게 나고 특히 돈도 안 되는 고물 때문에 돌아다닌다고 발도 성한 곳이 없다. 낮은 지능 수준으로 같은 노숙인으로부터의 괴롭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몇 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알아낸 정보에는 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셨고 형제들마저도 연락이 단절된 상태로 세상 속에서 홀로 외로이 살아가고 있는 분이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상담원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주는 그 모습에 안쓰러움과 사회복지사로서 죄송함을 가진다.

만성거리 노숙인으로 갖고 있는 위생관리, 사회성 결여 등 여러 가지 문제와, 정신질환으로 의심되나 방치되어있는 문제, 지능이 낮아 거리에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언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본인이 전혀 인지를 못하니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반응이 없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거리에서 만나 끊임없이 설득하였고 드디어 오랜 날이 지난 후 차량동행을 통하여 병원진료를 볼 수 있었다.

첫 진료 후 나온 병명은 우울증, 다행히 신체상의 큰 이상은 없는 상황이었다. 약 처방도 받고 다른 상담원 선생님들과 함께 복약지도를 열심히 하였으며 점점 증상이 좋아지는 게 보여 옆에서 도와준다면 혼자생활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에 임시주거지원 사업이라는 서울시에서 주거지를 마련해주는 사업을 통하여 말소된 주민증도 회복하였고 이후에 기초생활수급도 신청하여 선정이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수급을 유지하며 쪽방에 주거지를 얻고 영등포에서 생활하고 있다. 처음과 많이 다른 옷차림과 보다 나은 위생 상태에 문제없이 잘 지내고 계심을 확인한다. 가끔 얼굴을 볼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감사하다.

언젠가는 다른 시들어 있는 꽃들이 활짝 피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꽃들에 물을 흠뻑 준다. 꽃이 시들었다고 짓밟고 꽃밭을 없애기보다는 물을 주고 관심을 주어 존중받고 최소한의 것들을 누리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현장에서, 자신의 기도의 골방에서 함께 물을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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