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한기총 '통합 위한 길' 나섰지만...

한교연-한기총 '통합 위한 길' 나섰지만...

[ 교계 ] 전제조건, 이단문제는 처리 못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04월 13일(목) 17:33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정서영)과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대표회장:이영훈)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대적 요청을 수용해 대통합을 위해 나아갈 것"을 선언했다.

지난 12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양 연합회 대표해 정서영 목사와 이영훈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이성희 목사를 비롯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에 참여하고 있는 교단장들이 동석해 '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 대표는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전까지 통합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눈앞의 현안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합을 위한 선언 후 세부사항 및 절차는 양 기관 통합추진위원회(한교연:고시영, 한기총:엄기호)에 위임하면서 넘어야 할 산이 됐다. 이날 발표된 합의 내용은 △통합될 기관의 정관은 한기총 전 7.7정관 사용 △한기총 소속 교단 및 단체는 양 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인정하고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곳은 심의 후 거취 결정 △양 기관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승계한다 등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기관 통합 전제조건으로 거론됐던 류광수 씨가 속한 예장 개혁 총회의 한기총 탈퇴나 류광수 씨의 교단탈퇴 발표는 없었다. 통추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류광수 씨와 물밑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모든 눈과 귀가 예장개혁 총회, 류광수 씨로 쏠린 탓에 허탈감은 더 커졌다.

특히 기자회견 전날인 11일 한교연 한국기독교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고시영)가 보고한 "류00 씨가 속한 개혁총회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회원권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는 한 양 기관 통합은 유보한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류 씨가 소속되어 있는 개혁총회의 한기총 회원권이 정리되었음을 한국교회 앞에 공적으로 선언해야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류 씨에 대한 건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예장 개혁 총회 탈퇴 문제는 거론조차 안 됐다. 한교연 통추위와 임원회 입장대로라면 통합 논의는 일단 유보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날 이영훈 목사는 "류광수 씨가 한국교회가 하나 됨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이를 위하여 연합단체나 교단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고, 오직 복음 전하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하였다. 앞으로 한국교회의 지도를 겸허히 수용하며 하나님 나라의 성역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다. 한국교회 통합을 위한 결단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교연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단문제가 해결된 듯한 입장을 전했다. 한교연이 주장한 '탈퇴'와 이영훈 목사가 밝힌 류광수 씨의 '활동 자제'는 엄연히 다른 의미가 있다. 따라서 한교연과 교단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교연 정서영 목사도 이날 통합을 위한 선언문에 일단 사인했다. 정 목사는 "교회가 하나 됨은 예수 그리스도 명령이다. 연합 기관이 하나 되는 것은 복음주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고, 영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대사회적 통합을 위해 양 기관이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양 기관의 여건에 따라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 전에 통합이 되면 좋겠다. 양 기관에서는 통합을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서영 목사의 바람대로라면 19대 대선전에는 예장 개혁 총회의 한기총 탈퇴나 류광수 씨의 교단 탈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교연 관계자들은 정서영 대표회장이 한교연의 입장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교연의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후 정서영 목사가 분위기상 사인 안 한다고 하면 모양새가 안 좋아질 것 같아서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31일 장면과 완벽한 데자뷰를 이뤘다. 한교연과 한기총이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통합 의지만 보였던 당시의 상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자회견 당시에도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의 염원을 담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대통합을 위한 합의안이 이뤄져 구체적인 통합은 연합추진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한기총, 한교연, 교단장회의가 하나가 되어 연합추진위원회를 통해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단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이 목사는 선언문을 통해 "한기총과 한교연은 통합을 위해 그동안 노력해 왔고, 대표회장과 통추위원장들이 진지한 대화와 논의를 진행하며 양 기관의 의견을 조율한 가운데 비로소 오늘 실질적인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말했다. 7.7정관 회복 외 근본적인 이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영훈 목사가 주장한 실질적인 결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날 기자회견 후 즉시 비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한교연 통추위 황인찬 목사는 "예장개혁 총회 류광수 목사의 탈퇴 없이는 완전한 통합도 없다"며 양 대표의 통합 행보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한교연 통추위원장 고시영 목사도 류광수 목사가 탈퇴 없이는 통합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고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려는 열망과 노력은 인정하지만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방법이 정당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통합은 하되 깨끗하고, 한국교회 성도들이 볼 때 감동이 있으며, 젊은 후배 목회자들이 한국교회가 희망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통합이 되어야 한다. 단지 통합을 위한 통합은 안된다"고 전했다.

이어 고 목사는 이날 류광수 씨가 밝힌 '연합단체나 교단의 활동을 자제한다', '한국교회의 가르침을 수용한다'는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그 정도는 약하다"고 밝히며, "류광수 목사가 살신성인 차원,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해당 총회 부산노회에서 탈퇴하면 된다"고 말했다.

갈라지고 분열된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한 출발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출발이 어느 개인과 집단의 전유물이 되서는 안된다.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은 한국교회 하나 됨을 위한 미래의 길잡이다. 객관적으로 인정할만한 통합, 한국교회를 위한 통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양 기관이 정해 놓은 시일에 맞추기에는 다소 촉박한 감이 있지만 또 다시 잡음이 없는 최선책의 통합이 필요하다. 그 첫출발은 역시나 이단문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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