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NGO칼럼 ]

박경현 대표
2017년 04월 13일(목) 10:40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기독교의 가치를 가지고 청소년의 교육과 성장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사업은 '씨드스쿨(씨앗학교)'이란 이름의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공동대표 중 한 사람으로 이 글을 쓰지만 아무래도 사진의 경험과 신앙고백에서 이 단체 활동의 의미를 말하게 될 것 같아 이 점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내가 학교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바로 아이들이 방황하고 좌절하고 무너지는 것은 '외로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외로움은 가정의 빈곤, 부부의 불화, 부나 모의 부재, 학교나 지역사회로부터의 배제와 소외 등에 의해서 경험되는 '실체'이다.

우리는 종종 빈곤을, 가정의 해체를, 방임을 비판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실제로 체험되는 고통인 '외로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복잡한 도시의 가난한 동네, 부모가 돌보지 않는, 학교와 이웃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마치 끈 떨어진 연처럼 존재의 뿌리를 잃는다. 더구나 그 때가 어린이 시절을 마치고 입시와 진로의 압박이 시작되며 생리적으로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의 한가운데인 중학교 2학년이라면 아이들은 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공부해서 뭐해요? 제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내가 사는 이유가 뭘까요? 죽고 싶어요. 난 안 돼요.'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빈곤의 늪은 헤어날 길이 없고, 좌절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가정을 떠나고 아이들을 버렸다. 그런 와중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할 수가 없다. 미래에 대한 꿈을 품을 수가 없다. 그러면 다시 학교에서는 부적응학생으로 낙인이 찍힌다. 그래서 다시 사회로부터의 소외, 부모가 물려준 유산인 빈곤의 굴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 스스로를 외면하고 포기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삶의 기쁨을 누리고 감사하며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나가도록 하려면 물질적 지원이나 보호 등 제도적 변화도 필요하지만 외로움을 알아채고 공감하며 극복하도록 곁에서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멘토링은 바로 그 아이들에게 곁에 있을 특별한 사람 '멘토'를 맺어주는 것이다.

상담가나 교사처럼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에 의한 지위와 책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이모나 삼촌, 사촌형이나 오랜 교회 언니처럼 판단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봐줄 사람, 대단한 능력은 없어도 같이 웃고 놀고 탐색하면서 아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그런 사람이다. . 외국의 연구들은 청소년기 시절, 이런 멘토의 존재가 상처를 딛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레질리언스(resilience; 회복탄력성)'의 중요한 요인임을 증명하고 있다.

내가 학교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학교를 떠나야 했을 때 누군가 "당신이 했던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 학교에 남겨두고 싶은 딱 하나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면 나는 지체없이 '멘토링'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교육청이나 사회복지 재단의 지원이 끊어져 종합적인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없지만 외로운 아이들을 계속 손잡아줄 멘토를 어디에서 구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멘토의 역할을 누구보다도 교회의 집사님들이나 청년들이 잘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을 외모나 성적, 부모의 지위, 가정의 빈부 등으로 판단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대하며 겸손하게 헌신할 사람들은 바로 정결한 신앙심(야고보서 1:27, 이사야 42:3)으로 살아가는 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들이 '청소년부 학생이 줄어서 걱정이다', '학원 때문에 시험기간이면 교회 청소년부가 텅텅 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다면 교회가 이웃 학교와 손을 잡고 학교생활에 부적응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멘토링을 하거나 학교사회사업가를 파견해주는 데 돈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도 이루지 못했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마음이 아팠다.

내가 뜻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투덜거리자 전도사직을 퇴직하신 당시 여든쯤이던 큰이모님이 말씀하셨다. "경현아, 밀알이 썩어져야 큰 나무가 될 텐데, 넌 아직도 씨앗이 그대로 생생하게 살아있구나. 나는 기도를 50년 만에 응답받은 것도 있단다."

그런데 내가 그런 소원을 품은 지 5년만인 어느 날 초대를 받았다. 2009년, 크리스찬 청년들과 중학생들을 결연하여 멘토링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교육봉사단이 탄생한 것이다.

박경현 공동대표      대한민국교육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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