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 정체성 지켜줘야"

"다문화 가족, 정체성 지켜줘야"

[ 연중기획 '이웃' ] ⑨다문화 시설 탐방 -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4월 04일(화) 13:39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 남편은 그녀보다 스무살이나 나이가 많다. 아이를 둘 낳을 동안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이해하기 어려우니 남편과의 소통과 관계형성은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향의 가족들이 보고싶어 가출을 일삼게 되고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됐다.

 -며느리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심각한 고부갈등을 겪었다. 외국인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피해 분가했지만 이사한 집까지 찾아와 지속적으로 인종차별,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며 구박했다. 남편도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 결국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고 여성쉼터에서 1년동안 머물렀다. 그녀는 결국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밤이고 낮이고 외국인 아내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가보면 집안 물건들을 다 집어 던져 난장판이 되어 있죠. 고성은 물론 폭력도 있고요. 대체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한 가정이거나 불법체류자로 있다가 국내인과 결혼한 경우에 문제가 많습니다. 연애결혼은 그나마 안정적이죠."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김승일 목사에게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의 현실에 대해 물었다.

김 목사는 "다문화 가족에는 다양한 계층이 있고 그들의 삶도 다양하다. 그러나 정부의 다문화지원정책은 한국인과 외국인가족과의 결합만을 '다문화가족'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난민이나 불법체류자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가족 등은 정부가 인정하는 '다문화가족'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다문화가족정책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합만을 의미한다는 것.

그는 또 교회의 '다문화예배'와 '외국인예배'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했다. "다문화이주민선교는 우리 사회로의 '통합'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내국인과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외국인 예배는 그들의 '고유성'을 인정해 주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 그가 말하는 '통합'은 본국의 문화에 '동화'시키려는 동화주의적인 특성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내국인 중심의 가족정책, 즉 다문화가족을 한국사회의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다문화가족의 고유함을 인정해야 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여러 형태의 다문화 가족들이 있다"면서 "정부는 한국 고유의 가족문화에 다문화가족을 흡수하는 형식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한 쪽의 인격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족이면 다문화 가족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부모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경제적인 이유로 어린 자녀는 방치되고, 피부색이나 언어 등의 문제로 편견과 차별을 받는다. 일부 학교에서는 '다문화 아이들'을 대상을 한 특별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 어린 자녀들의 부모의 문화와 어떻게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까.

수많은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그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문화가정의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관심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모로 인해 중도입국한 자녀들은 언어와 문화차이로 적응하기가 힘들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살다가 부모의 재혼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경우에는 가정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김 목사는 "언어도 안되고 학력수준도 안되기 때문에 학교도 갈 수 없다. 집을 나와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비행 청소년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설명했다.

"중도입국 자녀들이 엄청나게 몰려오는 데, 이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사회에서 불안해 하며 차별받고 있다. 차별받고 자란 아이들은 언젠가는 폭발하게 된다. 이 아이들을 보듬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김 목사는 중도입국 자녀를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에 교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중도입국 자녀는 국내 출생 다문화 가정자녀에 비해 학교 생활에 두배 이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7일 인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인천시 다문화가족 생활실태와 정책과제'를 보면 인천의 다문화 학생 중 중도입국학생 비율은 2012년 10.4%(242명)에서 2015년 11.5%(460명)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중도입국학생과 이들 가정에 대한 심층 면접을 벌인 결과 학생들은 정체성 혼란과 학교생활 부적응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선교가 돈이 많이 드는 것만큼 눈에 보이는 게 크지 않다. 그러나 교회는 다문화이주민 선교를 교인확보 개념으로 보지 말고 지역사회 공헌으로 봐야 한다"는 김 목사는 "중도입국 학생들이 사회와 공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학령기에 맞는 지원 대책이 필요한 데 그 역할을 교회가 해 줄 때"라면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문화선교는 한국식으로 전도하는 것이 아니고 이들과 함께 살면서 하나님의 모습, 참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김승일 목사의 말에 거듭 공감이 간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와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이시대에 다양한 사회문제에 공헌하고 '모든 사람이 구원받는 선교, 진리를 알게 하는 선교'(딤2:4)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승일 목사는 일산 승리교회 다문화교회에서 4년 동안 사역하다가 승리교회에서 수탁받은 지금의 센터에서 다문화이주민선교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김 목사는 국내 최대 이주민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에서 다문화 공동체 사업 (사)국경없는마을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경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문화 사회에서 필요한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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