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익숙하다고, 우리 의식도 높다는 생각은 착각

이주민 익숙하다고, 우리 의식도 높다는 생각은 착각

[ 연중기획 '이웃' ] 연중기획 '이웃'/다문화 이주민들의 인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3월 13일(월) 18:02

우리나라 이주민 현황을 살펴보면 1990년대에는 외국인 노동자,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결혼 이주 여성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 살고 있는 이주민은 200만 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우리 사회도 점점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주자의 증가는 여러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결혼 이주 여성들도 결혼 과정과 결혼 후 남편과의 갈등, 심지어는 폭력, 이외에도 시댁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 등 인권적인 측면에서 여러 문제들이 생겨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은 없다

199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인력 수급이 어렵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공장과 농사일 등 한국인들이 꺼려하던 3D 업종에 투입되었는데 고용주의 횡포로 인한 임금 체불,  혹은 산업 재해, 폭력 등의 인권 침해 등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는 별다른 사회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995년 1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부당함을 알리면서부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밑바탕에는 기독교를 베이스로 한 많은 단체들이 어려움을 당한 이들을 돕고, 대사회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을 활발히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다문화 사역을 하던 목사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장을 찾아다니며, 밀린 월급을 받아내고, 부당대우에 항의했으며,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관계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그 결과 최근에는 시민단체들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 운동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대기업과 NGO 등에서도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이러다 보니 일반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한국 정부나 지자체의 다문화 정책의 수혜를 잘 받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그중에서도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사람들의 인식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더욱 괴롭기만 하다. 한국인에게 이들은 단속과 추방의 대상일뿐 권리를 주장할 기회도 가져서는 안되는 부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인권존중'이란 체류 자격의 합법 여부를 떠나 인간 삶에 대한 경외감을 갖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다문화 인식수준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결혼 과정에서부터 인권 유린 겪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결혼 이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1995년 이후부터 외국인 여성들이 국내로 이주해 정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더니 2002년 이후 국제결혼 건수는 매년 약 1만 건씩 증가할 정도로 그 비율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한국으로 결혼 이주를 한 여성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충, 차별 대우 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례도 함께 늘었다.

여성 일색이던 결혼 이주자는 최근으로 올수록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로 왔다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결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회복지정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가정과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률적ㆍ제도적으로는 이들을 수용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에 의하여 사회적 혹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결혼이민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후진국 혹은 개발도상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토로한다. 또한 자녀들은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차별 당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다문화인들의 고백이다.

이들은 결혼의 과정부터 심각한 인권 상실의 현실을 경험한다.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들의 결혼과정은 남성이 현지로 가서 국제결혼중개업체로부터 수십 명의 여성 중 미인대회식 선발을 거쳐 신부를 고르고, 다음날 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식이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결혼 과정은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 지난 2010년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일시 금지하기도 했다. 이 조치는 2009년 9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한국인 1명의 맞선 상대로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 적발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외에도 이미 한국인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당하고 무일푼으로 이혼까지 당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는 등 여러 문제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였다.

결혼을 하더라도 결혼이주여성들은 외국인이라는 불안정한 법적 신분 때문에 남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편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결혼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라는 법률상 지위,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 등 삼중고를 겪는 이들은 인권 침해의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물론, 역으로 결혼이주여성이 결혼 후 남편과 시댁의 돈을 갖고 도망가는 사례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은 남편 및 시댁과의 관계에서 절대 '을(乙)'이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지난 2014년 결혼이주여성의 상담 통계를 보면 이혼 문제 상담이 2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출(21%), 체류 문제(13%), 부부갈등(12%), 가정폭력(8%)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정폭력의 경우는 심각한 인권 유린인데 폭행 유형별로 보면 무시 및 위협 등 언어폭력이 55%, 신체적 폭력이 45%였다. 

'다문화'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다. 매스미디어에서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유학생 등은 주요 소재로 다뤄지고, TV에서도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어 우리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을 마음으로도 받아들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출신국가에 상관없이, 경제적 능력에 상관 없이 이주민들을 우리와 동등한 입장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정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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