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기, '선택과 결단' 필요하다

더불어 살기, '선택과 결단' 필요하다

[ 연중기획 '이웃' ] (2)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

박흥순 교수
2017년 03월 10일(금) 09:56

박흥순 소장
다문화목회연구소ㆍ호남신대 겸임교수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이주민이 200만 명을 넘어섰고 새로운 이웃과 친구가 되어서 살아가고 있다. 전체 인구의 4%에 가깝고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라고 단정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곧 다문화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노동의 방식으로 이주한 노동이주자, 혼인의 방식으로 이주한 혼인이주자, 노동이주자와 혼인이주자의 자녀, 난민, 이주배경 어린이와 청소년, 미등록이주민을 포함해서 이주민은 하나의 관점이나 시각으로 규정하고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민간단체와 지역교회는 이주민의 빠른 적응과 원활한 정착을 위해서 힘쓰고 있다. 이주민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이웃으로, 한국교회의 새로운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이주민과 선주민이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한국교회의 성도, 지역사회의 선주민은 더불어 살기 선택과 결단이 요청된다. 이주민이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고 새로운 이웃으로, 새로운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주민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고 정착한 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기회와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선주민의 의무인 동시에 책임이다. 한국교회는 또한 신앙공동체 구성원이 되어 새로운 성도로 등록하고 정착하는 이주민을 동료 기독교인으로 받아들이는 마땅한 선택과 응답을 실천해야 한다. 이주민을 동정하고 돕고 시혜를 베푸는 소극적 환대를 넘어서 이주민이 선주민과 건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환대함으로써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선주민의 다문화인식개선이다. 한국사회의 4%에 해당하는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96%의 선주민이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주민이 지역사회의 새로운 이웃으로, 한국교회의 새로운 성도와 가족으로 활동하며 살기 위해서는 선주민의 인식과 기독교인의 관점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수자인 4%의 이주민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다수자인 96%의 다수자를 위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주민이 아무리 적응하고 정착하려고 애쓰고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선주민이 함께 살아가도록 공명하고 동행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구성원, 한국교회의 모든 목회자와 성도, 담당공무원과 다문화지원기관 활동가, 이주민지원기관 활동가를 위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과 다문화 감수성 교육이 필수적이다. 

둘째로 이주민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이다. 이주민이 자신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낯설고 언어가 익숙하지 않고, 문화와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주민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이웃이 되는 것은 서툴고 늦지만 이주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을 마련할 때 가능하다. 한국교회는 이주민 성도가 여유를 갖고 신앙을 받아들이고 교회의 지도자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기다리며 동행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한국교회는 다양하게 교육을 받으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회와 기관이다. 다문화 네트워크와 다문화 거버넌스를 통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문화사회를 맞으며 주목할 수 있는 표현 가운데 하나는 "다양성 속의 조화(harmony in diversity)이다. 다문화지원기관, 이주민지원기관, 다문화사역을 담당하는 지역교회,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가 기관이기주의나 부처이기주의 혹은 자기교회중심주의를 벗어나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거시적인 통찰이 요구된다. '나라별 축제'나 '세계인의 날' 행사를 진행할 때 정부 부처와 지자체, 지역교회와 지역사회의 기관이 힘을 모아서 논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협의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경쟁하고 비교함으로써 낭비되는 예산이나 중복해서 사용되는 예산사용을 자제하고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조화롭고 평화로운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사역을 담당해 온 지역교회와 기관이 있다. 전체 한국교회와 비교할 때 아주 적은 비중이라고 할지라도, 인권, 복지, 목회, 선교의 관점에서 이주민을 위한 사역을 활발하게 진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모되는 지금 모든 한국교회는 성서적 가르침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초기기독교신앙공동체는 나그네와 이주민의 정체성(엡 2:19; 벧전 1:1, 2:11)을 갖고 살았고, 나그네와 이주민 환대를 교회 직분자의 중요한 덕목(딤전 3:2, 5:10; 딛 1:8)으로 정했다. 주님은 지극히 작은 사람의 모습으로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찾아오시는데 나그네의 모습(마 25:35, 38)으로 오신다.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사역은 교회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응답이며, 이주민을 만나고 대하는 태도가 주님을 환대하는 척도이다. 다문화사회는 한국교회와 성도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새롭게 탈바꿈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는 응답하고 나그네, 즉 이주민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환대하는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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