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코스프레'

'개혁 코스프레'

[ 논단 ]

박봉수 목사
2017년 03월 08일(수) 13:53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

'코스프레'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원래의 명칭인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일본식으로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 코스튬 플레이는 복장을 의미하는 코스튬과 놀이라는 뜻의 플레이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만화, 게임, 영화 등 여러 장르의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고 흉내내며 노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 코스프레라는 말이 최근에 '누군가처럼 행동한다'거나 '무엇을 흉내 내는 것'이란 뜻으로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진정성 없이 누군가처럼 행동한다'거나 '무엇을 따라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어게인 1907'이라 하여 교계에 한바탕 바람이 분 적이 있다. 1907년의 회개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해서 기념도 하고 그 영적 운동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행사들이 기획되고 추진됐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리 참담했다. 어게인 1907 이후 교계에 회개운동이 일어나기보다는 오히려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기보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금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하여 교계에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학술세미나, 성지순례, 그리고 기념행사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한 편으로 이런 일들로 오늘의 한국교회에 다시금 500년 전의 종교개혁과 같은 교회개혁의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또 다시 어게인 1907처럼 종교개혁 코스프레로 끝나지나 않을까'하는 불길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금년에 펼쳐지는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들이 종교개혁 코스프레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우선 자기 개혁이 선행돼야 하겠다. 종교개혁 당시 개혁자들은 예외 없이 자기개혁을 이루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그러면서 영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들은 자기개혁에서 솟구치는 영적 리더십으로 종교개혁의 열매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자기개혁은 생략된 채 교회개혁만 내세워서는 안된다. 그리고 앞장 선 사람들이 자기개혁의 본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개혁을 앞세우고 자기개혁의 본을 보인 후 교회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행사 위주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루터나 칼뱅이 추진했던 종교개혁은 오랜 세월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돼 하나의 운동을 이뤘다. 그 운동이 거대한 물결이 돼 종교개혁의 열매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행사로 그쳐가고 있는 것 같다. 보여주기식 단기간의 이벤트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형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행사가 아니라 운동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차분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운동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한다. 종교개혁 당시 종교개혁자들의 외침이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반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저들이 개혁자들의 주장과 헌신에 공감하며 때로는 함께 부패한 교권에 맞섰고, 때로는 개혁자들을 지켜냈다. 그 결과 종교개혁은 거대한 운동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이번은 교인들의 참여가 미미해 보인다. 내용을 잘 모를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는 것같다. 그래서 주체를 바꿔야 할 것이다. 행사 주도자들이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일반교인들이 중심에 설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설득하고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는 교회 개혁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금년 종교개혁 500주년이 이 과제를 새롭게 시작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 소망 중에 많은 행사들이 기획되고 있다.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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