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전에 형제와 화해하라

예배 전에 형제와 화해하라

[ 논단 ]

홍성현 목사
2017년 03월 08일(수) 11:35

홍성현 목사
수송교회 은퇴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마5:24)" 예배보다 앞선 것이 화해라고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이웃과 원수가 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나님과 소통할 수 없다'는 예수님의 교훈이다. 이 말씀은 한반도에 사는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반드시 귀기울여 들어야 할 말씀이다. 특히 북녘 땅에 혹시라도 이념의 차이로 인해 형제와 자매를 원수같이 여기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선교의 중요한 지향점으로 '정의, 평화, 만물의 생명보존(JPIC: Justice, Peace and Integration of Creatures)'을 들고 있다. 필자는 지난번(1월 7일자) 글에서 정의에 대해 논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한반도 안에서의 평화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이 작은 땅에서 한 민족이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기막히고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는 '평화'와 '화해'를 선교의 중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 예수님이 분명하게 제시한 삶의 기본적인 자세, 즉 이웃과의 화해를 예배보다 우선순위로 삼으라는 교훈을 남쪽에 사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명심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의 이 기본적인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유대인들에게와 이방인들에게 전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려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시고, 여러가지 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습니다. 그것은 이 둘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드셔서 평화를 이루시고,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려는 것입니다(엡 2:14~16)" 바울이 보낸 서신들의 핵심 주제는 첫째가 유대인들과 이방인들과의 화해, 그리고 할례 받은 자와 할례 받지 않은 자와의 화해, 마지막이 기독인들과 비기독인들 간의 화해였다. 예수님의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가 화해를 위한 것임을 바울은 분명하게 선포했다.

한반도 남쪽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시급하게 실천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를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알려준다. 지금 남한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동족인 북의 동포들을 미워하고 원수로 여기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면, 제물을 바치기 전 그리고 예배를 드리기 전에 화해하지 않으면 그 제사와 예배가 소용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예배 보다 우선되는 것이 화해기 때문이다.

민족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잔인한 국제정치를 이제 와서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결과로 죽임을 당하거나 이산가족으로 남은 분들의 아픔과 원한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고 가슴이 아플 것이다. 그렇기에 남과 북의 화해와 통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 역시 북한에서 월남한 사람으로, 외삼촌은 공산주의자들의 총에 죽었다.

하지만 '원수'와의 화해를 우리 남쪽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 무신론 공산주의자들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동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기독인들과 공산주의자들 간의 대화가 시작됐다. 과거에는 서로 적대시하고 미워하던 두 그룹이 대화를 통해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이 세상의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함께 손잡고 일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필자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종교비판을 넘어서서(한울출판사, 2015년)'에서 일부분 정리한 바 있다.

과거 북한 사람들이 나의 가족들을 핍박하고 죽였어도 그 후손들에게 까지 책임을 묻지 말고, 우리는 마음을 열어 같은 민족으로서 대통합의 길을 대화로 열어가야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앞에 두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남한 기독인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