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눈물 '가난이 이유'

외국인의 눈물 '가난이 이유'

[ 연중기획 '이웃'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3월 07일(화) 14:41

"살기 힘들다. 죽고 싶을 뿐이다."

지난해 수원의 한 다문화가정의 40대 가장이 생활고를 비관하며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와 어린 세 자녀가 잠든 사이 번개탄에 불을 피우고 자살을 기도했다. 차상위계층의 다문화가정으로 지원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온 그는 "더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경제난에 시다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2년 실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문화가정의 73.4%가 전국 월평균 가구 소득 수준(4인가족 기준 408만원)을 밑돌고 있다.

특히 차상위 계층을 분류하는 기준인 월소득 200만원(4인가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도 41.9%나 돼 다문화가정 대다수가 경제난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에 발표한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는 월평균 가구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비중이 10.3%p감소하고 400만원 이상 가구 비중이 5.6%p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월평균 가구소득 200~300만원이 30.4%로 여전히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례로 광주시 동구청이 지난해 지역의 다문화가정 161세대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70세대(43.5%)는 월평균 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 월평균 소득인정액 154만 6000원에도 못미치는 액수이다. 그들이 "하루하루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의 빈곤은 가정을 파경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해 사회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11만 549건 중 외국에서 온 결혼이주민의 이혼소송이 31%(3만 4225건)에 달했는데 이들 대부분의 경제적 빈곤 수준이 일반 가정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혼 상담을 하는 부부를 기준으로 고정 수입이 없는 일반가정은 남편이 58.9%, 아내가 76.5%였으나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남편은 64.5%, 외국인 아내는 92.4%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재산이 없는 경우도 일반가정보다 높았다.

지난 2014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다문화가정 이혼상담통계결과에 의하면 대체로 남편이나 아내가 무직이거나 수입이 있더라도 안정적이지 못한 단순 노무 등이 대부분이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63.6%로 절반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이혼은 또다시 다문화가정의 2세에게로 대물림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오영미 목사는 "남편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과 극심한 경제적 빈곤으로 이혼을 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피해 쉼터에 온 이주여성들은 육아와 경제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면서 "아침 일찍 출근해 밤 9시에 퇴근을 하면 130만원을 벌게 된다. 그 이후에 아이를 돌봐야 한다. 실제로 아이를 온전하게 양육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이주여성들이 단순 노무나 일용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2012년에 실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도 다문화가정 여성의 단순노무직 비율이 29.9%로 일반 여성의 단순노무 종사자비율보다 16.3% 높았고 일용직 비율 또한 7.0%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2015년에도 변함이 없었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률 60.3%보다 결혼이민자, 귀화자의 취업 비율이 3.6%p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노무직이 29.0%로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직(18.7%), 장치ㆍ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14.6%) 순으로 나타났으며 전문직 종사자는 12.2%에 불과했다.

저임금과 비숙련 기술력 등에 속한 경제적 소수자들은 다문화 가족이기에 겪는 언어, 문화적 갈등과 사회적 편견의 어려움과 함께 빈곤 문제까지 동시에 노출되어 삶의 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의 자녀들도 열악한 가정환경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따돌림, 그로 인한 학력 저하 등으로 빈곤이 대물림 될 수 있는 위험에 처했다.

더이상 다문화가정의 경제적인 빈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나님의 선교적 사명을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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