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는 자산

추억이라는 자산

[ NGO칼럼 ]

현재우 원장
2017년 03월 07일(화) 14:38

사진첩이나 오래된 일기장에는 아련한 추억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정한 물건들이나 잊지 못할 사건이나 장소들에서도 추억이 되새김되어 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을 버리기를 주저합니다. 아마도 그 물건에 배여 있는 추억 때문이겠지요!

어릴 적 초등학교 3학년 때, 밥상 앞에서 계속되는 할머니의 잔소리에 그만 밥상을 뒤엎었던 적이 있습니다. TV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을 철이 없게도 재현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 다음은 짐작들 하시겠지만 빗자루로 시작하여 기다란 구두주걱이 도톰한 엉덩이에 부딪히는 아픈 선물을 견디어야만 했었습니다. 그 뒤로는 어느 빗자루나 구두주걱만 보아도 그때에 추억과 함께 엉덩이의 화끈거림이 되살아납니다. 개인의 기억들은 추억이라고 부르며, 국가나 단체들에서는 역사라고 부릅니다. 그 역사가 담긴 물건들을 유물이라고 합니다.

우리 삼동소년촌에는 환갑이 넘은 종(쇠북)이 있습니다. 난지 섬 벌판(여의도 면적 1.5배)에서 카랑카랑한 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역사적 유물입니다. 사실 이 보다 더 커다란 예배당 종이 있었는데, 어떤 기독교 사회단체에서 전시용으로 빌려갔다 잃어버렸기에 지금은 작은 동생 종만이 삼동의 역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2월 말이면 우리 삼동소년촌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생아이들의 자립 송별식을 거행합니다.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10여년씩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할 자립 홈(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에서 설치하고 각 양육시설이 위탁운영)이나, 대학기숙사 등으로 떠나야 합니다.

어린 나이에 입소했던 아이들일수록 울음을 삼키며 고별사를 남깁니다. 어른스럽게 덕담을 남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추억들을 이야기합니다. 여름캠프와 생활실을 예쁘게 꾸몄던 성탄장식과 성극발표회의 추억들을 잊지 못하겠노라고.

아름답고 좋은 추억만이 있었을까요? 또래 친구들과 다른 환경이기에 힘들어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촉매의 역할을 합니다. 올해에도 홀로서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졸업생 가운데 한 아이는 오학년 신학기 초, 반 친구들과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 앞에서 '우리 집은 참 많은 식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원장)어머니와 많은 형들과 동생들 친구들 그리고 삼촌 이모들이 있습니다. 여러 식구들이 어울려 사는 우리 집은 보육원 삼동소년촌 입니다'라고 발표를 하였다고 합니다. 반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에게는 크나큰 감동이었노라고 직접 찾아와 이야기를 전하였던 일화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교실에서 스프레이 살충제에 불을 붙여 위험하기 그지없는 불쇼(?)를 공연을 벌여준 덕분에 교장선생님과의 면담을 주선해준 아이도 있습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비록 물려줄 금전적인 자산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삼동소년촌 자체에서 더 얹어주는 100만원과 디딤씨앗통장(후원금의 두 배가 입금되는 아동발달계좌)이 고작이지만, 돈은 쓰면 없어지기에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추억이라는 위대한자산이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삶이 힘겹고 무거울 때 피로회복제로, 활력소로 꺼내어 원기를 돋우라고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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