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의 수요일

<2> 재의 수요일

[ 문화 ] 김희보 목사의 사순절 칼럼 진리와 자유

김희보 목사
2017년 03월 07일(화) 14:28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욥 42:6).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은 수요일이며, 그 날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말한다. 재의 수요일에서 수난주간 토요일까지의 46일 간, 여섯 번의 주일을 빼면 40일이 되는 사순절은, 특히 주 예수의 십자가의 고난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금식과 기도와 참회로써, 성별(聖別)된 계절로 지키는 전통이 있다. 물론 우리 신도들에게 굳이 주 예수의 십자가를 생각하는 기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성경이 말하는 재의 상징적인 의미 중 한 가지는, 인간의 최후는 재(죽음)가 된다는 것, 또 한 가지는 회개와 슬픔을 말한다. 욥은 생각지도 못한 불행과 재난을 당하자 "재 가운데 앉아서" 탄식하였다. 복음서에도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으리라"(마 11:21).

예로부터 베옷을 입고 재를 머리에 쓰는 것은 회개와 깊은 탄식을 나타내는 행위였다. 그것은 유대인들뿐 아니라 이방인들의 습관이었다는 것을 구약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두 타버린 정열, 불꽃도 열도 잃어버린 차거운 재는 고대부터 종교 행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욥은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하고 고백하고 있다. 여기에 욥의 신앙의 알짜가 잘 나타나 있다.

전능하신 주께서 "욥과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하고 보증한 의인 욥. 그는 자기에게 닥친 고난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비웃었다. "이제는 그들이 나를 미워하며 멀리 하고 서슴지 않고 내 얼굴에 침을 뱉는도다". 욥의 이 큰 고독과 절망에 찬 말을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그대로 인용하여 현대인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고난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욥은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하고 고백하였다. 욥은 지금까지 말씀을 듣기만 하고 "하나님을 안다"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토막 지식이었다. 마음의 눈으로 주를 볼 때 '나와 너'의 관계가 성립되고, 그 때에 비로소 하나님을 알게 된다.

자기의 의로움을 주장해 온 욥은 인간 존재에 절망하였고, 스스로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였다. 우리도 무지와 무력함과 무익함, 죄로 더러워진 모습에 절망하게 된다. 그러나 "눈으로 주를 뵈올 때"에 회개하게 되며, 진심으로 회개할 때에 하나님과 '나' 사이에 만남이 있고 화해가 이루어진다. 그 화해를 중개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다. 이것이 '재의 수요일'의 의미이다.


/용천노회 은퇴
본보 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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