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까', '입덕', '머글' 등 세상에 가득찬 '신조어'

'솔까', '입덕', '머글' 등 세상에 가득찬 '신조어'

[ 문화 ] 신조어, 교회가 사회적 함의 파악하고 위로해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2월 07일(화) 15:42
   
 

최근 스마트폰의 발달로 노인에서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24시간 문자로 대화를 하는 시대가 됐다. 이 문자 대화는 보통 또래 집단이나 비슷한 문화, 혹은 사상, 직업을 가진 이들 사이에 하나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 진행된다. 그래서 24시간 쉴 새 없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면서도 정작 나와 다른 세대 혹은 사상과 문화를 가진 이들과 대화할 기회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계어 같은 줄임말이나 신조어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지 못하는 이유다.
 
성인 중에는 10대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채팅방에 들어가 본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대화에 참여해본들 이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10대들은 어떤 언어를 사용할까? 교회학교의 중고등부 교사라면 아이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호기심을 발동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0대들의 SNS에는 우선 줄임말과 신조어의 향연이라고 할만큼 다양한 '외계어'들이 판을 친다.
 
우선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단어들 중 뜻을 알고 있는 단어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라. 10대의 한 블로그에서 난이도 하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소개한다. '교카충', '극혐', '취존', '패완얼', '세젤예', '솔까(말)'. 난이도를 올려보면 '낄끼빠빠', '할많하않', '번달번줌', '애빼시', '시강', '궁물', '글설리', '지여인', '복세편살' 등이 있다.(단어 뜻은 표 참조)
 
10대들의 SNS상의 단어들은 급기야는 모음을 뺀 자음 표기만으로도 표기된다. 'ㅋㅋ'나 'ㅎㅎ', 'ㄲㄲ' 정도는 웃는 소리를 표현한 자음이라는 것을 왠만한 성인들도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어들은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치 암호처럼 보여 도무지 뜻을 유추하기 힘들다. 'ㅇㅈ(인정)','ㅂㅂ('바이바이'의 줄임말), 'ㅇㄱㄹㅇ(이거 레알-레알은 진짜(real)라는 의미), 'ㄱㄷ(기다려)', 'ㅌㅌ(텨텨-도망치라는 뜻), 'ㄱㅇㄷ(개이득-'개'는 강조의 뜻)’'ㅈㄱㄴ(제목이 곧 내용-인터넷 게시글에서 본문은 없고 제목 자체가 내용이 된다), 'ㅂㅂㅂㄱ(반박 불가)' 등이 요즘 10대들이 자주 쓰는 줄임말이다.
 
여기에 10대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게임 관련의 단어들까지 외우려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입덕(팬이 되었다는 의미)', '과사(연예인의 과거 사진)', '비담(비주얼 담당)', '지방수니(지방에서 사는 팬)' 등을 들 수 있다.(게임 관련 신조어들은 소개해도 기억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지 않을 것이기에 소개를 생략한다)
 
이러한 줄임말과 신조어들은 10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성인들 사이에서도 재치와 재미를 입힌 신조어들이 많다. '아놔', '꿀잼', '뇌섹남', '머글', '맥세권', '빼박켄트', '평타취', '낫닝겐', '#G', '갓수', '쓰랑꾼', '시조새파킹' 등이 그것이다.
 
직장인들의 세계에도 신조어는 넘쳐난다. 직장인 신조어들은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애로와 비애를 짐작할 수 있는 단어들이라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051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을 가장 잘 반영한 신조에 대한 설문에서 조사된 상위 랭크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월급로그아웃', '직장살이', '반퇴세대', '메신저감옥', '야근각', '쉼포족', '실어증', '타임푸어', '혼밥족', '사축' 등. 이 단어들에는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 값과 세금 등으로 바로 빠져 나가는 현상(월급로그아웃), 조기퇴직을 한 후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이들(반퇴세대), SNS의 발달로 어디서나 업무 연락이 가능해져 마치 감옥과 같이 느껴지는 현상(메신저감옥), 휴식을 포기한 이들(쉼포족),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사축) 등 단어마다 직장인들의 비애가 담겨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3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신조어 점검' 설문에 따르면 36%가 신조어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대답했다. 취업포털의 특성상 설문에 응한 이들이 대부분 젊은 층임에도 표본의 3분의 1이 넘는 숫자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40대 중반 이상의 연령층이 신조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 설문에서 신조어를 쓰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37%가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재미있어서(26%)', '주변사람과 어울리기 위해(24%)',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신조어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문자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문자'가 말을 대신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말과 문자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시대의 미묘한 감정과 소통의 복잡다기함을 담아내기 위해서, 체계화되어 있는 '말'을 뒤틀고 흔들어 새로운 의미와 표현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한글은 특유의 '파자(破字)'의 축약법에서, 타이핑 오류, 말실수까지도 신조어가 되는 시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거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파괴'라는 부정적 입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언어의 생기와 활기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의 언어학자들은 10대들의 신조어에 대해 어른들이 염려할 필요도 없고, 모른다고 해서 대화의 단절로 이어질까 우려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매해 수많은 신조어들이 생성되고 소멸되고 있어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관심을 갖는 차원은 좋지만 기를 쓰고 외울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단, 직장인 신조어들은 고용절벽의 시대에서 직장인으로서 생존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절박함을 드러내는 단어들이라는 점에서 목회자들도 이러한 신조어에 숨어있는 사회적 함의를 파악하고 이들을 위로하는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5년 대히트를 쳤던 드라마 '미생'에서 "직장은 전쟁터이지만 바깥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아직까지 직장인들의 말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교회의 성도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영적인 위로를 전해야 할 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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