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도 공감 못하는 결의, 현장서 외면 '당연'

총대도 공감 못하는 결의, 현장서 외면 '당연'

[ 교단 ] 총회 개혁과제를 진단한다 <회의, 잘하면 약! 못하면 독!>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7년 02월 06일(월) 16:00

3. 부ㆍ위원회 활성화가 대안

과거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였던 가톨릭과 반대로 장로교회 전통은 목회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대표들이 당회, 노회, 총회에서 주요사항들을 결정해 가는 대의제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회, 노회, 총회의 각 기구들은 상하 협의회적 관계 혹은 유기체적 구조 속에 있으며, 대표들이 결정한 사항은 구성원 모두가 실천ㆍ실행할 수 있도록 전파돼야 한다.

총회서 결정된 사항들이 교단 산하 노회와 교회에서 적극 추진되고 실행되려면 결의 내용에 대한 '공감'이 필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정한 일에 '나도 그렇다'고 느끼는 '공감'이 있어야 하는 것.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근거와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합리적이고 적법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판단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실천이 동반된다.

# 부족한 시간, 부실한 결과
화석 연료 회사들에 투자를 중단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할 것인가, 이민ㆍ난민 정책 이대로 좋은가. 얼핏 보면 정부기관의 토의안건 같지만 이는 미국장로교회(PCUSA)가 최근 몇 년 동안 중요하게 다루는 의제 중 일부다.

지난 2016년 6월 18~25일 포틀랜드에서 열린 미국장로교회 제222차 총회의 총대수는 620명이었다. 172개 노회서 파송된 620명의 총대들은 평균 50명 이내로 구성된 13개 위원회에서 위임받은 안건들에 대해 논의했으며, 위원회 회의 시간은 8일간의 전체 총회 일정 중 2일에 해당하는 시간이 할애됐다. 이는 위원들이 위임된 안건들에 대해 충분한 숙지, 검토, 합의안을 만들어내는데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PCUSA는 각 위원회가 논의한 결과 중 75% 이상 찬성하여 가결된 것은 그대로 통과된다. 그 외에 것은 전체회의에 상정해 토론없이 가부만 결정하기도 하고 때론 오랜 시간 토론을 하여 결정하기도 한다. 회의는 보통 밤 10시, 11시까지 계속되고 회의 마지막날까지 총대들은 자리를 지킨다.

위원회의 리더도 총회 개최 4개월 전에 선출된다. 부ㆍ위원회 회의시간은 위원장을 뽑기 위해 소비되는 시간 없이 교회의 미래와 사회정의, 평화, 환경 등 주요한 안건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시간으로 온전히 채워진다.

본교단 총회의 부ㆍ위원회 회의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본교단은 각 부ㆍ위원회 회의가 전체 4일간의 일정 중에 단 2시간 배정돼 있다. 회의가 시작되어 부장ㆍ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후보들의 정견발표, 무기명 투표 등의 절차를 거치면, 토의해야 할 안건들은 대게 임원회나 실행위원회로 넘겨지기 일쑤다.

"우리 부서는 지난 101회 총회에서 부원 수가 130여 명이었어요. 안건토의는 커녕 임원 선출만 하고 끝났죠."
"부원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실행위원으로 선출돼야 돌아가는 상황을 좀 아는거죠."
"부서에 배정된 안건이요? 잘 몰라요. 실행위원 15명이 모여서 연구 잘 하겠죠."
총회 부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총대들의 말이다.

전체 부ㆍ위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안건은 총회석상에서 결의를 얻어낸다 해도 67개 노회와 8843개 교회가 따르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파급력은 부족하다.

# 공감의 동심원 그리기
총회의 결의는 교회와 노회의 대표인 총대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그 중 최선책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이장로 명예교수(고려대)는 저서 '교회경영학'에서 "회의의 의사결정에 있어 절충이 아닌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알맞게 조절하는 '절충'은 누구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므로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도록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책에서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투표 전에 해당 의제에 대해 충분히 토론해야 하며, 의견 충돌은 나쁜 결정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총회 결의가 죽은 결의로 끝나지 않고 생동력 있으려면 일단, 안건의 충분한 토론을 통해 전체 총대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총회가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안을 노회와 교회에까지 전달할 수 있다.

미국장로교회의 경우 '총회 후 일년 동안의 노회 책임들', '교회정치 컨퍼런스', '위원회 리더 교육' 등 책임을 맡은 위원회 리더들과 노회장들에게 회의진행의 책임, 효과적인 회의를 위한 지침, 위원회 운영을 위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교육을 강하게 실시한다. 총회의 결의 내용이 노회에 그저 문서로 하달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총회와 노회 안에서 리더십을 맡은 이들이 총회의 중요한 이슈들에 관하여 배우며.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제101회 총회에서는 미선출된 서울동노회 총대 40명을 제외한 1460명의 총대가 많게는 136명에서 적게는 6명씩 19개의 부ㆍ위원회에 배정됐다. 이중 부ㆍ위원이 90명이 넘는 곳이 10개나 된다. 실행위원 15명만의 공감을 넘어, 100명 부원 전체의 공감을 얻는 회의결과라면 총회결의가 전국 노회와 교회의 사역 현장에 미치는 강도와 도달하는 시간은 훨씬 단축될 것이다. 보다 성숙한 총회와 노회, 교회로 가는 발걸음에 회의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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