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소망의 시학이 보여주는 건강성 평가

긍정과 소망의 시학이 보여주는 건강성 평가

[ 제17회기독신춘문예 ]

박이도ㆍ권택명
2017년 01월 11일(수) 10:41

제17회 기독공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142명이 700여 편의 작품을 응모하였다. 선자(選者)들은 우선 시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기대가 여전하다는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모작들을 읽었다. 또한 시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마치 꽃의 순위를 정하는 것 같은 지난(至難)한 작업 임에도 불구하고, '신춘문예' 공모라는 제도가 지니는 특성상 삶과 신앙을 아우르는 웅혼(雄渾)한 시 세계를 드러내는 신인을 찾고 싶은 기대감을 갖고 임하였다.

그러나 양적 풍성함에 비할 때 질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가벼워지고 현실인식이 피상적이며 장중미(莊重美)가 미흡하다는 것이 선자들의 공통된 느낌이었다. 대다수 응모작들이 '기도'와 '십자가'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신앙시의 여전한 과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소수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시적인 현실인식이 깊이 내려간 작품들도 눈에 띈 것은 앞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선자들이 끝까지 주목한 작품은, '흔들리는 것들의 무게' '야곱의 사닥다리' '금식기' '물미역을 먹는 저녁' '낱알의 방' '꽃피는 포도나무' 등 네 분의 작품 6편이었다. 각각의 작품들이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어서 꼼꼼한 비교와 의견 교환의 과정이 필요하였다. 모두가 시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일정 수준의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었으나, 군데군데 박혀 있는 추상적인 관념어들과, 구성의 긴장도를 떨어뜨리는 안이한 결구(結句)들이 완성도 와 감동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몇 작품들에 대해서는 좀더 성숙을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최종적으로 같은 응모자의 '낱알의 방'과 '꽃피는 포도나무' 두 편이 남았다. 두 작품 모두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어머니'와, 겨울을 견디는 '포도나무'라는 구체적 사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비유들로써 시적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을 확장하며 구심(求心)과 원심(遠心)을 적절히 변주해내어, 형상화와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선자들은 두 작품이 신앙적 긍정의 미학을 바탕으로, 참신한 비유와 명암이 적절히 배경으로 깔린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음을 평가하면서, '한 번 자빠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마른풀의 운명이 아니던가' 등의 느슨함이 눈에 띄는 '낱알의 방'보다는, 유사한 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적절한 시적 조사(措辭)를 구사하면서, 아울러 소망과 건강성을 보여주고 있는 '꽃피는 포도나무'를 당선작으로 하는 데 합의하였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에서도, '햇볕은 풀 등을 차고/통 통 통 달려오고, 뒤따라온/하늘이 확 열린다'(우르르, 초록)라거나, '바람의 층계가 투명하게 보일 때까지/새들은 가장 먼저 꿈꾸는 빛깔로 노래하는데'(새벽, 꿈꾸는 빛깔) 같은 시적 비유가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습작의 내공(內功)을 느끼게 한 점도 당선작을 미는 데 확신을 더해 주었다.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의 활약과 대성을 기대한다. 아울러 이번에 아쉽게 기회를 놓치신 분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신춘문예를 지속하는 한국기독공보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심사위원 박이도ㆍ권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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