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예배의 회복이다

문제는 예배의 회복이다

[ 논단 ]

노치준 목사
2017년 01월 03일(화) 15:16

노치준 목사
광주양림

지난 여름 주님의 은혜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종교개혁지를 탐방할 기회를 얻었다. 18세기에 시작해 20세기 초까지 세계를 호령하던 노제국(老帝國) 영국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셰익스피어의 생가, 리빙스턴 기념관, 아담 스미스의 동상, 해리 포터의 집필 카페, 옥스퍼드대학과 에딘버러대학,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을 둘러보면서 많이 배우고 또한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에딘버러중앙교회의 모습이다. 

시내 한 복판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예배당 건물이 있다. 이 예배당에서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아버지 존 녹스 목사님이 성령의 불길 가운데 영국 국민과 왕을 향해 설교했다. 메리 여왕이 "존 녹스의 기도가 100만의 군대보다 더 두렵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개혁교회의 성도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함께 예배하던 에딘버러교회는 지금 교회가 아니다. 그 곳에서는 더 이상 예배가 드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은 지금 에딘버러 페스티벌센터, 즉 문화센터가 돼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아무리 외형이 아름답고 웅장하게 남아있다 할지라도, 존 녹스와 같이 위대한 영적 지도자가 활동하던 교회라 할지라도, 지금 예배를 드리지 못하면 교회가 아니며 아름다운 종교 유적지에 불과하다.

그들의 아름다운 믿음과 가르침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점점 빛을 잃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과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서 교회 시설을 관리하고 보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믿음의 공동체가 약해졌다. 그 결과 아름답고 웅장한 예배당 건물을 관리하지 못하게 됐다. 유형적인 교회 건물은 남아 있지만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종교학에서는 종교의 3요소로 믿음 체계(belief system), 의식(rite), 그리고 신도공동체(believers community)를 들고 있다. 이것을 기독교의 용어로 표현하면 믿음, 예배,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믿음이 있어야 예배를 드리게 되며 예배를 드려야 교회, 즉 성도들의 공동체가 구성되고 유지된다. 반대로 성도들의 공동체가 있어야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예배를 드려야 믿음도 보전된다. 현재의 한국교회는 어떤 상황인가? 종교 의식 즉 예배가 현저하게 약해지고 있다. 스스로 믿는다고 하면서도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교인'이 늘어나고 있다. 주일 오전예배 참석자 수도 적지 않게 줄었지만, 수요예배, 새벽예배, 금요기도회, 구역예배 등의 참여자는 더 많이 줄었다. 예배가 약해지면 그 다음에 나타나는 현상은 믿음의 저하이며 교회 공동체의 약화이다. 교회 공동체가 약화되면 교회의 중요 기능들, 즉 선교, 봉사, 교육, 친교 등도 모두 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믿음과 예배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현재 한국교회는 예배의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 예배가 회복되지 않으면 교육이나 제자훈련을 통해 믿음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예배를 드리지 않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나 제자 훈련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예배를 소홀히 하는 사람을 데리고 선교나 봉사, 교회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회 공동체를 견고하게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공동체와 성도들의 믿음을 살리고 선교와 봉사, 사회적 책임과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 참된 예배자가 돼야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은 예배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모든 성도들이 영과 진리로 예배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도자들이 참된 예배자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한국교회의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나름 의미 있는 제안도 많이 있다. 그러나 본질과 중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본질과 중심은 성도들 개개인이 참예배자가 되는 것이요 교회가 거룩한 예배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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