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의 발자국, 산타클로스의 손자국

동방박사의 발자국, 산타클로스의 손자국

[ NGO칼럼 ]

현재우 원장
2017년 01월 03일(화) 14:38

성탄절 다음 날 아침! 필자의 일터이자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삼동소년촌 곳곳에는 마치 갓 비운 찻잔의 따뜻함과, 향기의 기분 좋은 여운처럼 성탄절의 즐거운 흔적들이 남아있다. 각각의 생활실(삼동에서는 村이라 부른다)에는 조막손 아이들이 정성껏 꾸민 성탄나무가 자리 잡아 있고, 벽과 천정엔 붙이고 매어단 각양각색의 장식품들이 반긴다. 또 쓰레기통 주변에 잔뜩 어질러져 있는 포장종이며, 구겨진 선물상자들이 어제가 성탄절이었음을 확인해 준다. 나는 감히 이 흔적들을 동방박사들의 발자국 또는 산타클로스 손자국들이라고 부른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단체에서는 성탄잔칫상을 차려주러 오시고, 어느 기업과 개인은 장난감선물과 문화상품권 등의 선물들을 짊어지고 오신다. 또 다른 기업은 추운 겨울철 아이들이 따뜻하게 지내라고 한 달 난방비를 쾌척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아이들 얼굴에 대고 "아기 예수님 덕분에 너희들이 호강 한다 야" 성탄 덕담을 합니다. 이는 마치 아기예수님께 경배하고 귀한 선물을 드리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말구유를 찾은 동방박사들의 발자국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양말 속에 필요한 돈을 넣어주었던 니콜라스(산타클로스)의 손길과도 같은 21세기 판 따뜻하고 흐뭇한 자국들이다.

성탄을 앞둔 지난 22일에는 다섯 살짜리아이 하나가 대학병원에 입원하였다. 워낙 일손이 부족하여 국장이모와 또한명의 이모가 간병을 도맡았다. 어차피 성탄 무렵에는 손님맞이와 성탄행사 잔치가 계속 이어지기에 한가로이 성탄을 즐길 여유는 없었겠지만, 성탄전야와 거룩한 명절날 입원실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야만 했다. 아픈 아이의 성탄 곁을 지킨 이모들의 손길은 동방박사와 산타클로스의 손길이었다.

필자에게도 동방박사의 발자국인 성탄선물의 강렬한 추억이 있다. 그것은 (나이를 짐작하게 하는 낱말) 국민학교 1학년 성탄절 선물인 얼음썰매가 기억이 난다. 어린 땅꼬마 한명의 엉덩이를 붙이기에는 조금 넓고, 둘을 태우기에는 부족한 면적의 크기였다. 썰매 밑바닥에는 피겨스케이트 날을 붙이고 위판에는 한 마리의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 선물 보따리를 싣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산타클로스의 그림이 인쇄된 제품, 공장에서 깔끔하게 만들어진 얼음썰매였다.

나무널판지로 만들어진(보통은 나무 사과상자 널판지) 여러 장을 이어붙이고 밑판에는 굵은 철삿줄을 덧대어 얼음판에서 잘 미끄러지게 만든 친구들의 소박한 얼음썰매에 비해 눈에 띄고 돋보이는 성탄선물이었다. 그 무렵 동무들은 내 썰매를 타보기 위해 기꺼이 루돌프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나를 태우고 얼음판 위를 달린 거리만큼 썰매를 빌려 주었기 때문이다.

21세기 전 아기예수의 첫 성탄 경배와 선물을 드렸던 동방박사들을 본받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성탄선물을 건네는 전통처럼, 약 1700년 전의 소아시아의 대주교 니콜라스같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성탄선물을 건네는 아름다운 손자국들이 오늘날에도 성탄을 즈음하여 남겨지고 있다.

우리아이들이 홀로서기를 한 뒤에 몸과 마음이 힘들고 고단하여 주저앉고 싶을 때 어릴 적 성탄추억이 되새김질 되어 방긋한 미소로 회복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한 오늘의 아이들이 자신 자녀들과 고마운 이웃은 물론이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성탄의 발자국들을 남겨 주는 아름다운 전통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아갈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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