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판보존의 원리

원판보존의 원리

[ 기독교교육이야기 ] 유하워드 목사의 사교육과 신앙의 균형 사이 (1)

유하워드 목사
2017년 01월 03일(화) 14:36

1월이다. 학원가는 신입생 모집에 한창, 부모들은 학원 쇼핑에 한숨이다. '지금 다니는 학원에 눌러 앉아?' '아니면 갈아타?' 더 많은 학원설명회에 참석할수록 혼동이 더해진다. 옆집 아주머니의 말을 들을수록, 내 아이만 더딘 것 같아 초조해진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서라면 하나님 말고 붙잡아 볼 만한 유혹이 꽤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래서 이 나라의 사교육 현장은 부모들의 영적 도전 터이기도 하다. 교육 상품 유통자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면서도 아이 공부 잘 시키는 학업 원리 중 하나는 '원판보존의 원리'다.

교욕(敎慾)으로 변질된 교육(敎育)이, 주가 지으신 '내 아이'란 원판에 균열을 덜 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존감이 건강한 아이다. 자신과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기초만 부실하지 않다면 고등학교 때 부터는 치고 오르는 일이 대치동 학원가에는 비일비재하다.

내용물이 손상되지 않게 잘 풀어야 하는 선물처럼, 아이는 지으심 받은 대로 풀어냄이 중요하다. 그럴 때 아이가 느리게 가는 것 같으나 결국에는 빨리 간다. 무능한 것 같으나 유능해진다. 가난한 것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한다.

내 아이의 원판을 보존하는 구체적 방법 중 하나가 때를 뛰어넘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생 대상 선행학원을 운영 중인 동료의 하소연이다. "착석의 기본을 뛰어넘고 인수분해부터 하려고 해! 20분을 앉아 있지 못하는 애가 어떻게 문제를 풀어? 결국 부모는 아이한테 점수가 낮다고 화내고, 강사는 아이에게 수업 중에 앉아있으라고 잔소리하고, 아이는 공부에 질리고, 부모는 우리 학원이 아이의 학습동기를 죽였다고 소문내고, 결국 악순환이야!" 공부 이전에 마쳤어야 할 착석 훈련의 때를 뛰어 넘은 결과다.

연예인 김지선씨의 고백이다. "모방송의 '영재OO단'을 통해 OOO학생을 알게 됐어요. OOO선생님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중의 천재라고 극찬한 애예요. 얼마 전에 그 아이를 만났는데, 요즘 어떠냐고 물으니 '죽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방송 나간 후로 놀 시간이 없고 매일 무언가를 배우는 거예요. 엄마가 하도 스파르타식으로 하니 애가 죽고 싶다는 거였죠. 그때 슬퍼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잠시 쉬어야 할 때를 뛰어 넘은 결과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라고 전도서 3장 1절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는 자꾸 아이의 때를 뛰어넘으려 한다. 여기서부터 원판에 균열이 시작된다. 물론 아이가 때를 놓쳐서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러나 때를 놓쳤다고 원판에 균열까지 간 사례는 드물다.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때를 뛰어 넘으려하다가 후퇴하는 사례가 압도적이다.

내 아이의 정확한 때를 발견할 수 있는 비밀이 있다. 부모의 시선이 주를 향할 때 내 아이를 향한 정확한 때가 보인다. 옆집 아이만 보고 있지말라. 초조해진다. 내 아이만 보고 있지 말라. 독이 나온다. 학원 설명회 너무 많이 다니지 말고 입시정보 너무 많이 수집하지 말라. 내 아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자녀학업으로 마음이 복잡한 1월. 잠시 숨을 고르자.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그리고 기도하자. "여호와여, 주의 뜻을 나에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나에게 가르치소서."(시 25:4)

 

양재온누리교회 출석
'잘 풀리는 자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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