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침체...그래도 열정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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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2016년 기독교 문화계 결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12월 27일(화) 15:46
   
▲ 교계 문화기자 결산 세미나에 참석해 발제한 기독문화 각 분야 전문가들.

최근 기독교 문화계는 한국사회의 장기화된 경기침체, 기독교 문화산업 기반의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기독 문화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이끌어냈다. 교계 문화기자들은 지난 15일 기독교 문화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동숭교회(서정오 목사 시무)에 모여 2016년 한해 기독교 문화를 각 분야별로 정리해보았다.

#기독교 음악

최근 CCM을 비롯한 크리스찬 음악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된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독교 음악 시장이 거의 없다고 평가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계에서는 싱글앨범까지 포함하면 올 한 해 1000여 개가 넘는 앨범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앨범들 중에는 극소수의 앨범만 일부 교인들에게 관심을 받았을 뿐이다.
 
지난 교계 문화 결산 모임에서 음악부문에 대해 발제한 팟캐스트 씨씨엠공방의 진행자 주창훈 피디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올해 기독교음악계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들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2016년 CCM의 특징으로 '워십팀의 판도 변화', '음악적인 퀄리티 향상', '찬송가 리메이크 방식의 변화' 등을 꼽았다.
 
예배 음악의 경우 그동안 '마커스'와 '어노인팅'이 양대 축이었다면 올해에는 '제이어스'라는 젊은 예배팀이 10~20대를 중심으로 급부상한 것이 특징. 올해 제이어스는 'Love Never Fails'라는 스튜디오앨범을 발표하면서 큰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내용적으로도 이 시대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진지한 고민을 담아내어 삶과 예배에 대한 보다 진일보한 고민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또 해외 유명 워십팀들의 곡들을 주로 커버해왔던 그동안의 앨범들과는 달리 순수한 창작곡과 기존에 발표된 국내작곡가들의 찬양들을 위주로 다수의 앨범들이 기획된 것 또한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 의미있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이외에도 올해의 CCM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찬송가를 리메이크한 곡이 많다는 점인데 그 방식에 있어서는 이전과 차별화된 방식이 많았다. 기존의 찬송가 앨범들의 경향은 보통 성악가 출신들이 부른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다소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앨범들이 주류였지만 근래에 들어서 젊은세대를 향한 찬송가 리메이크앨범들이 다수 등장했다. 기존의 찬송가에 새로운 멜로디와 가사를 접목하는 방식들이 여러 앨범들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시도됐다는 점도 올해의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다.

#기독교 미술

기독교미술단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는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한국미술인선교회, 아트미션 등 3곳으로, 이곳들에 소속된 작가들은 올해도 활발한 창작 및 전시 활동을 했다. 정두옥 사무국장(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은 이날 발제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소식을 전했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는 지난해 50주년을 지나 올해부터는 다시 반세기를 향해 새로운 임원진들이 구성됐고, '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땅에서 나의 분깃이라'는 주제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정기전이 열렸다. 올해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은 조각가 이정자 권사가 수상했다.
 
한국미술인선교회는 올해 제24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을 개최했고 출품한 작품들이 해가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 윤호선씨가 대상을 수상했는데 유례없이 전시 중에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아트미션은 매년 아트포럼을 개최하는데 올해는 서초동 호민교회에서 '예술적 진실(To Do the Truth in Art)'이란 주제로, '종교개혁과 프로테스탄트', '현대미술의 새로운 비전', '개혁주의 세계관과 미술' 등 세가지 주제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명성교회 미술인선교회, 사랑의교회 미술인선교회, 광림교회 미술인선교회 등 교회 미술선교회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조각가 윤영자 권사가 지난 9월 92세로 별세한 것. 윤 권사는 우리나라 제1세대 여류조각가이자 교육자, 예술후원자로 국내 유일한 여성미술인을 위한 문화재단인 '석주문화재단'을 만들어 석주미술상을 수여하고 운영해 왔다. 또한, 12월에는 이화여대 미술대학학장을 역임하고, 국민훈장 목련상, 보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미술인상 대상 등을 수상한 안동숙 장로가 9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기독교 서적

기독교 서적의 경우는 올해도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생명의말씀사, 두란노서원, 규장으로 대표되는 빅3 대형출판사들과 나머지 중소 출판사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2016년 종합베스트500'에서 생명의말씀사가 총 14종의 책을 리스트에 올렸으며, 이어 규장이 11종, 두란노서원이 10종을 리스트에 올렸다. 2종 이상을 배출한 기독교 회사는 토기장이, 이와우, IVP에 불과했다.
 
기독교 베스트셀러의 집계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의 방식으로 추정 집계하면 1위는 이철환 작가의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생명의말씀사)', 2위는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 3위는 하형록의 'P31(두란노서원)'이 선정됐다. 그러나 이중 '5가지 사랑의 언어'는 2001년에 출간된 책으로, 불황으로 인한 고전물의 중복 혹은 재개정 출판, 번역 출판의 축소 등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예다.
 
올해의 출판계에서는 시와 소설 등 문학분야가 다소 늘어난 점이 흥미롭다. '천로역정', '벤허' 등 고전으로 구분되는 소설들의 출간이 주를 이뤘다. 또한 특이한 점은 성경이 문학으로서 주목받은 점이다. 이전에는 성경통독 관련 책이 주를 이뤄 성경을 읽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올해엔 스토리를 읽어내는 독서행위로서 성경이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또한, 올해는 기독교의 사회참여, 사회정의에 대한 논의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후반기에 집중되었는데 대선 때 등장했던 책들이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학서적에서 구원론, 교회론, 사회론에 대한 담론이 줄을 이었고, 사회비판, 교회비판, 신학비판의 풍조로 이어졌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대하면서 출판사들은 종교개혁과 관련된 책들을 재개정하거나 새로 기획하는 움직임도 많았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최승진 사무국장은 "내년에는 종교개혁과 대선이라는 큰 이슈가 있는데 출판업계는 큰 행사가 있으면 독서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다"며 "기독교인들이 책을 읽고 구입해주어야 가뜩이나 열악한 가운데 있는 출판사들이 책을 만들어내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독서를 독려했다.

# 영화

올해 기독교영화 분야에서는 미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CBS시네마에서 수입, 배급한 '프리덤'이 지난해 연말부터 해를 넘겨 상영됐고, 이후 '레터스 투 갓'이 상영됐다. 부활절 직전 UPI가 배급한 '부활'이 200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이후 '신을 믿습니까?'와 '신은 죽지 않았다2'가 개봉됐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벤허'와 '불의 전차'가 재개봉되었고, 리메이크 된 '벤허'는 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6년 판 '벤허'에 대해 퀄리티 면에서 전작의 수준을 기대했던 이들은 빈약한 스토리와 연출로 큰 실망을 하기도 했다.
 
필름포럼의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올해 기독교 영화 분야에 대해 "미국에서 제작된 기독교 영화는 미국 시장에서 꾸준하게 제작되어 어느 정도 일정한 관객들을 확보하기에 시장성을 담보해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최근 2~3년간 제작된 미국 기독교영화는 자국에서도 흥행 성적을 냈는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로는 파이오니아21이 권혁만 감독의 '일사각오 주기철'을 배급해 1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을 비롯, '제자 옥한흠2-제자도'가 개봉됐고, 현재 '순종'이 개봉 중이다. 영화 '순종'은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사역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기독교인들에게 입소문을 모으며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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