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말씀

말과 말씀

[ 논단 ]

이상진 목사
2016년 12월 15일(목) 11:12

이상진 목사
황지중앙교
 

필자는 지난 8월 초 가슴에 통증이 있어서 동내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 '폐결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고서야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진료의뢰서 들고 원주의 종합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진행했는데, 영상 판독 후 의사가 "폐암일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말을 듣자 바람에 낙엽이 날리듯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기침, 가래, 열,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 등 마치 폐암 3~4기에 해당하는 증상이 나타났고, 목회 활동까지 힘들어 졌다. 주일예배 인도는 물론이고 짧은 설교 시간조차 기침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서울에서 목회하는 아들의 권유로 다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암센타에서 검진을 진행했는데, 일단 이전 병원에서 촬영한 필름을 확인한 의사는 역시 암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여러가지 생각이 엄습해 왔다. 

'수술을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암이란 의미일텐데, 과연 암 수술을 받고 목회가 가능할까?' 전에 한 동기 목사가 암 수술 후 2년 동안 교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요양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목회활동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자, 시무하고 있는 교회의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한 달 간 기침과 가래에 시달리고 땀으로 베개를 적시는 가운데 체중은 4kg이나 감소했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필자가 끝없는 좌절에 빠져들고 있을 때 호흡기내과 분야의 권위자라는 노 교수가 "아직 단정하지는 말자"며, 다시 세밀한 검사를 진행해 주었고, 입원 4일째 되던 날 병실에 찾아와 최종 검사 결과 '폐암은 아니며 알 수 없는 균에 감염됐는데, 몇 개월 치료하면 완치될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전해 주었다. 의사의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마치 주님의 말씀을 들은 것처럼 온 몸에 기운이 생겨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필자는 말이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깊이 깨닫게 됐다. 더욱이 의사가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기도하며 생각해 보니 언어를 통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필자도 많은 이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예배 후 광고시간을 통해 교우들에게 사과하고 나의 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설교자들이 강단에서 얼마나 말로 상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또한 부모가 자식을 훈계한다며 얼마나 폭력적인 말을 쓰는지도 살펴보자. 소위 리더라는 사람들 역시 대화나 회의 중 말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격을 무시하는가. 우리는 신체적 폭력보다 말로 더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 예수님이 체포됐을 때 입술로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가 훗날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벧전 4:11)"라며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말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로 하나님이 말씀하는 것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말씀인 예수님을 우리 마음에 모시고 살면, 입술을 통해 나오는 말도 하나님의 말씀같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라기는 다시 거룩한 교회를 위해 언어부터 바꾸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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