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안전한 곳인가

가정은 안전한 곳인가

[ NGO칼럼 ]

박현숙 소장
2016년 12월 14일(수) 10:07

'안양YWCA 꿈이있는집'은 가정폭력피해자 비공개 보호시설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적인 회복과 자립을 위하여 꿈을 꾸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면 이렇게 묻는다. "가정폭력이 정말 아직도 그렇게 많은가요?"

경찰청에 의하면 2015년 가정폭력 검거건수가 4만 822건에 이른다. 한국여성의 전화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된 여성 피해자만도 91명이나 된다. 이것이 가정폭력의 참혹한 현실이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맨발로 집을 뛰쳐나오는 경우부터 척추가 손상돼 휠체어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피해자에 이르기까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삶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정폭력의 유형도 다양하다. 단순 폭력도 있지만 악질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도 있다. 특히 지능적인 폭력은 가해의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머리를 지속적으로 구타해서 심한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기억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피해 아내는 가해 남편의 영적인 문제에서 기인된 폭력행위라고 믿고 무속인에게 수 백 만원의 돈을 주어 굿판을 벌이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신앙을 귀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변하지 않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입소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지 않는가? 처벌을 받아야 할 가해 남편은 집에서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는 반면, 폭력을 당한 피해 아내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집을 떠나 친정이나 친구 집, 찜질방 등을 전전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가해자의 협박과 추적을 피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보호받기 위해 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법과 제도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주거권을 주도록 보장해야 한다. 집에서 안주하던 가해자는 집 밖으로 떠나도록 강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피해자가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또 가해자는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가정폭력 사례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폭력이 없는 안전한 가정은 우리들의 염원에 불과한 것일까. 한때 가정폭력은 사소하고 사적인 문제라는 사회 시선이 있었다.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지 말라'는 말이 금언처럼 여겨지던 때다. 이처럼 가정폭력 몰이해와 잘못된 시선으로 피해자는 피해를 감추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정부가 법제도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피해자들이 정부와 이웃에게, 친구와 형제에게 아프다, 힘들다, 도와달라고 좀 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수정, 개발하는 등 현실적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 가정폭력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현숙 소장/안양YWCA'꿈이있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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