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성경, 그 치명적인 감동에 흠뻑

그림으로 보는 성경, 그 치명적인 감동에 흠뻑

[ 문화 ] 40년 동안 성서화 수집해 '천년의 신비 성서화'로 엮은 강정훈 장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11월 21일(월) 17:33
   

"아름다운 르네상스 그림을 보다가 중세의 그림을 보면 원근법도 없고 투박합니다. 마치 화장을 안한 민낯 같은 그림이지요. 그러나 신기한 것이 그 그림을 계속 들여다보면 엄청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당시 그림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언어였어요. 수도원장이나 왕궁에 있는 사람만 성경을 읽을 수 있었던 때에 그림은 민중에게 성경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역할을 했죠."
 
강정훈 장로(미암교회 원로)가 그림으로 보는 성경의 이야기 '천년의 신비 성서화'를 출간, 예술과 성경에 관심이 있는 교인들에게 흥미로운 그림들과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찾아왔다.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묻힌 선교사들에게 감명을 받아 고서 및 고성경을 수집하다가 책 속의 성서화의 세계에 빠지게 된 강 장로는 뉴욕총영사관 영사, 조달청장 등을 역임하면서 해외에 거주하거나 나갈 때마다 그 도시의 뒷골목 책방을 찾아다니며 40여 년간 중세 삽화를 모았다.
 
5000여 점의 삽화를 수집하고 있는 강 장로는 컬렉터일뿐 아니라 자신이 수집한 그림에 대한 연구를 하며 성경과 미술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중세 성서화에 대한 전문가가 거의 없어 강 장로만큼의 식견을 가진 이들이 별로 없을 정도다. '성서화'는 가톨릭의 성화가 성경에 없는 성인이나 기적까지를 포함하는 것과는 달리 성경의 내용만을 그 대상으로 삼는 개신교의 교회미술을 지칭한다.
 
강 장로는 국가 고위공무원으로, 교수로서 앞만 보고 달려온 과거를 뒤로 하고 문득 자신이 가진 자료와 사유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11년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고서들을 맡겼다. 그는 "이제 그림자료 5000점도 서서히 시집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며 "보내기 전에 정리하기 위해 한 인터넷 언론에 4년간 연재를 하고 '새가정'에도 성서화 감상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다. 이번 책에 실린 글은 이전의 내가 쓴 글들 중 극히 일부를 뽑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로는 "옛날의 성경을 보면 그림책이라고 할 정도로 삽화가 많이 삽입됐다. 루터가 처음 발간한 독일어 성경에도 많은 삽화가 있고, 킹 제임스버전의 첫 판도 그림으로 가득차 있다"며 "깊은 수도원에서 필사가와 삽화가들이 성경을 읽어 보지 못하던 가난한 자와 문맹자들을 위해 성경에서 감동을 받거나 어려운 부분에 삽화를 그려넣었는데 이 그림들이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천년이나 지난 지금 성서 그림을 대하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열리고 눈이 밝아진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 장로는 "다음 책은 요한계시록에 관련된 그림으로 구성해볼 생각"이라며 "앞으로 우리 교단의 목사님들이 설교집을 낼 때 내가 갖고 있는 그림을 무상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성서화가 많은 성도들에게 신앙적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강 장로는 현재도 '서울성서화 라이브러리(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성서화를 쉽고 폭넓게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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