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패배주의

영적 패배주의

[ 논단 ]

노치준 목사
2016년 11월 15일(화) 13:39

노치준 목사
광주양림교회

한국교회 안에는 성공주의만큼이나 위험한, 아니 더 위험할 수 있는 영적 흐름이 있는데 그것은 '영적 패배주의'이다. 세상은 영적으로 어두워지고 있으며 성도들의 믿음은 떨어지고 있다. 성도수도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목사가 돼도 임지가 없고, 교회를 개척해도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 신학생은 줄어들고 신학교는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들려오는 교회 지도자의 탈선 소식은 목회자들의 자존감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은 영적 패배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해도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전도의 열정은 식었고, 목회의 꿈과 희망을 잃어 버렸다. 이것이 우리 시대 한국교회를 휘감고 있는 마귀의 궤계이다. 이 궤계에 넘어가면 영적 패배주의에 빠지게 된다. 영적 패배주의는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는 것이며 은혜의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뒤돌아서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를 맞아 필자는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영적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적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톡데일 효과(Stockdale Effect)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월남전에서 포로로 8년간 갇혀 지내다가 풀려난 제임스 스톡데일 장군은 말했다. 혹독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근거 없는 낙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끝내 자기는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더 어려울 수 있다. 세속화는 더욱 심화되고 믿음을 잃고 낙심한 성도들이 앞으로도 계속 교회를 떠날 것이다. 그 와중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헛된 짓을 하는 리더 역시 계속 나올 것이다. 당분간 교회의 부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반드시 부흥한다. 한국교회는 새롭게 변화돼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루고 절망한 이 백성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큰 소망을 전달할 것이다. 한국교회에 주어진 가혹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한국교회는 반드시 변화되고 부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의 어두운 현실을 뱀처럼 지혜롭게 분별하면서도 비둘기처럼 순결한 소망과 믿음을 가질 때 우리는 영적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본질로 돌아가자. 말씀으로 돌아가고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주님을 사랑했던 그 첫 사랑을 회복하자. 지극정성으로 예배하는 일에 힘쓰며 믿음으로 기도하자. 우리의 보호자가 되시고, 은혜의 전달자 되시며, 스승이 되시는 보혜사(保惠師) 성령님을 더욱 간절히 사모하자. 그러면 우리는 영적 패배주의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와 빛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면 '헬 조선(Hell 朝鮮)'을 부르짖으며 절망에 빠져 있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적 패배주의다. 십자가의 고난을 겪지 않고 부활의 영광만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우리 한국교회를 버리셨다고 하는 불신도 버려야 한다. 이 불신으로 인한 두려움과 염려가 낳은 사생아가 영적 패배주의이다. 세계 공황의 절망 속에서 미래의 전망을 잃은 채 두려워하는 미국 국민들을 향해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오직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지금 이 시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영적 패배주의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죽으시기라도 했는가? 거룩하신 하나님의 약속이 없어졌는가? 보혜사 성령님이 우리를 떠나셨는가? 아니다. 그러면 소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나자. 근거 없는 성공주의에 미혹되지 말고 불신의 패배주의에 넘어지지 말자.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문을 열고 그와 함께 먹고 그와 함께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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