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기증 활성화를 기다리는 이들의 희망

각막기증 활성화를 기다리는 이들의 희망

[ NGO칼럼 ]

김소정
2016년 11월 09일(수) 10:42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MBC가 함께한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각막을 이식받은 박진숙 씨와 그의 아들 원종건 군입니다.

각막의 손상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훔치던 원종건 군은 어머니가 각막이식을 받게 되자 앞으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린 소년의 진심어린 다짐에 많은 이들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난해 9월, 장기기증의 날 행사에서 대학생이 된 원종건 군을 만났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행사장에 나타난 원종건 군은 여전히 효자였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는 꿈을 위해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장기기증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고, 또한 그 가족의 삶까지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나눔입니다. 또한 장기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이 받은 사랑을 다른 이웃들과 나누면서 사랑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9월에는 교계의 큰 어른이었던 故 김준곤 목사도 소천하며 각막을 기증했습니다. 평소 생명나눔운동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김준곤 목사는 본부의 초대 이사장으로 봉사하면서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 사후 각막기증을 약속하였습니다.

고인의 생전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각막기증을 결정했고, 아름다운 결정을 통해 두 명의 시각장애인이 앞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김준곤 목사의 각막기증은 많은 기독교인들에 감동을 주었고, 장기기증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귀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장기기증 중에서 사후 각막기증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생명나눔 중 하나입니다. 각막은 사후 6~10시간 내에만 기증하면 되고 생후 6개월에서 98세에 이르기까지 기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에 구애받지도 않습니다.

다만, 전염성 질환으로 사망한 분은 기증이 어렵습니다. 간혹 시력이 나쁘면 각막기증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각막은 검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조직으로 시력에 관계없이 기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작년, 사후각막기증자는 60명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공식적으로는 1822명이고, 비공식적으로는 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여 30%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해 사망자의 5%만 각막기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모든 환자들이 각막이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각막기증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관련 정책이나 제도 등이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일정기간 각막을 보관해서 필요한 병원에 나눠주는 변변한 각막은행 하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본부는 이에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해서 현재 20대 국회에 뜻있는 국회의원 한분과 함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관련법이 통과되어서 각막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새 빛을 주고, 각막기증을 원하는 가족들에게는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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