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성장 위한 질서 세움

생활, 성장 위한 질서 세움

[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 목사
2016년 11월 09일(수) 10:31

"엄마, 날 왜 이렇게 키웠어?"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아이. 12시가 넘도록 연락이 없어 발을 동동 거리다 받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말이 사정없이 가슴을 후려친다.

"엄마, 왜 날 이렇게 키웠어?" 수업 후에 과제 준비 위한 토론 모임이 갑자기 생겼단다. 11시가 훌쩍 넘어 마치고, 각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때 알게 되었단다. 자신이 전철 이용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어두워져가는 전철역에 혼자 남아 꼼짝달싹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그 동안 모든 것을 대신 해준 엄마가 미워졌단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일상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노동에서 소외된다. 집에서는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라는 말을 듣는다. 아이들은 자기 방 청소도 잠자리 정리도 식사 후 그릇 정리도 벗어 놓은 옷 정리도 심지어 현관에서 벗은 신발 정리도 제 손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학교에서 "주요 입시 과목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는다. 아이들은 체육, 미술, 음악 등 다양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교회에서는 "너희가 여기 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라는 말을 듣는다. 아이들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른들이 시키는 것만 따라하는 수동적인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허락하신 창조적 자율성을 잃어버린다.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자율적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이 세상에 왜 보내셨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도전하지 않는다. 불안해서 그런지 어른들이 들려주는 성공 신화에 집착한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주변 사람과 경쟁 한다. 소비문화에 젖어들고, 일탈과 중독에 빠져든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라고 선물로 주신 시간, 재정, 건강, 그리고 에너지를 낭비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이가 하나님을 닮은 자율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영혼과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너는 우리 교회가 어떤 교회가 되기를 바라니?" "너는 우리 부서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니?" "너는 우리가 예배를 어떻게 진행 하면 좋겠니?" "너는 어떤 주제에 관해 설교를 듣고 싶니?" "너는 소그룹 시간에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싶니?"

아이들이 처음에는 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아이는 장난처럼 말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기다리고 경청하면 아이들도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좋은 공동체를 가꾸기 위해 생활의 질서를 세우고 지키는 것을 연습할 수 있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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