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의 그리움이 가슴에 걸렸다

목자의 그리움이 가슴에 걸렸다

[ 논단 ]

김남교 장로
2016년 10월 18일(화) 10:04

김남교 장로
효목제일교회

지진의 여파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전에 태풍 차바가 제주와 영남 지역을 강타했고, 우리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이제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마음에 다시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채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필자는 날이 갈수록 소원해지는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도 사랑과 감사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목회자를 그렇게 섬겼고, 필자 또한 그런 교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목회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유치부에서 청년부가 될 때까지 착실히 교회 생활을 해 온 필자는 아버지 같은 목사님의 교훈과 말씀에 순종하는 모범적인 청년이었다. 교사와 찬양대로 봉사하면 주어진 일들도 기쁨으로 감당해 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언젠부턴가 인자하던 목사님이 위선자로 보이고 봉사활동 중에도 여러가지 불만이 쌓이면서 큰 시험에 빠지고 말았다. 예배시간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귓전을 맴돌며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지만, 용기가 없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필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방황기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눈물로 기도하던 어머니와 목사님이 계셨다. 그러나 세상 죄에 빠져 맘대로 살아가던 필자는 불치의 병에 걸려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도 목사님도 친구도, 모든 사람이 싫어졌다.

그러던 중 산송장처럼 누워 있는 필자에게 어머니가 "목사님 모시고 예배를 드려보자"고 권유했고, '어차피 죽을 목숨 엄마 소원 한번 들어주자'는 마음으로 목사님 모시고 예배를 드리게 됐다. 당시 환갑을 넘기셨던 목사님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오셔서 시체처럼 누워 있는 환자의 손을 꼭 잡으시고 이렇게 기도했다. 
"생명의 주인이신 여호와 하나님! 이 딸을 아끼는 엄마의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아시지요! 외람되지만 이 딸의 병을 저에게 주시고 노종을 거두어 가옵소서, 노종은 늙었거니와 이 딸은 청년인지라 이 딸이 병에서 고침을 받으면 주님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기도 중 목사님께서 흘리는 뜨거운 눈물이 필자의 얼굴에 소낙비처럼 쏟아져 눈이며 입이며 귀에까지 흘러내렸다. 목숨을 건 목사님의 기도는 십자가 상에서 죄인들을 위해 물과 피흘리신 예수님의 모습으로 느껴졌고, 커다란 주님의 손이 누워있는 환자의 몸을 일으키시는 환상을 생생히 보게 됐다. 그렇게 참 목자의 진실한 기도는 사라져가는 생명을 되살려냈다. 

20대 초반 다시 새 삶을 얻은 필자는 이제 60대 후반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장로로 세워진지 16년이 흘렀지만, 힘들고 어렵고 실망되고 낙심할 때마다 그때의 기도와 눈물이 바른 길을 인도하는 이정표가 됐다.

목사님은 오래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지만, 살아오면서 때때로, 아니 항상 목사님을 향한 그리움이 가슴에 걸린다. 조용히 혼자 있을 때에도,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목사님을 부르며 그리움을 달래곤 한다.

부족하고 어리석은 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셨으니, 얼마나 큰 사랑인가. 우리의 힘으로 풍랑을 잠재울 순 없지만, 하나님의 주권 속에서 기다리며 인내하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지금도 후일에도 우리의 눈물과 목숨을 건 사랑이 다음세대를 하나님의 길로 이끌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들도 '가슴에 걸린 그리움'을 붙잡고, 주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