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 다시 이웃과 나누는 삶"

"받은 사랑, 다시 이웃과 나누는 삶"

[ NGO칼럼 ]

김소정 팀장
2016년 10월 11일(화) 15:55

"저에게 두 번씩이나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 그리고 기증인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서 젊은 청년이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3년, 확장성 심근증을 진단받고 심장 이식을 기다리던 이동규 씨였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하는 좌절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고통으로 보내던 이 씨는 간병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부모님을 본 뒤 꼭 다시 건강해져 효도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그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2004년 1월, 한 뇌사 장기기증자로부터 심장을 이식받게 되었다.

이식을 받은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이 씨는 여느 또래의 청년들처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이 씨는 낮에는 지역주민센터에서 복지도우미로 일하며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날 이 씨가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감동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유가족이었다. 본부를 통해 'Donor Family'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있는 이들은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씨의 모습에 크게 감격한 듯 했다. 2007년 1월 아들을 떠나보낸 김매순 씨의 눈가에도 그리움이 스쳤다.

살아있었다면 아들은 이 씨와 비슷한 또래였을 것이다. 연세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총명하고 성실했던 아들은 뇌혈관질환으로 뇌사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의료진에게 아들이 뇌사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김 씨는 매일 교회에 나가 기도를 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이대로 영영 깨어날 수 없다면 생명을 나누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2007년 1월 3일, 김매순 씨의 아들 박진성 씨는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생명을 나눠 준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매순 씨는 아들이 떠난 지금도 여전히 기도를 한다.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7명의 이식인들이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기를,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 거룩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저는 아들이 7명의 이식인의 삶을 통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아들은 먼저 하늘나라로 갔지만 7명의 또 다른 아들들을 얻은거나 마찬가지죠." 우리나라에는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이가 4000여 명 가까이 된다.

뇌사 장기기증인의 숭고한 사랑과 가족들의 고귀한 결정으로 수많은 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을 위한 국가적인 예우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본부와 같은 민간단체가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장기기증인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꺼져가는 생명들을 위해 사랑을 나눈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이 사회적으로 칭찬받을 수 있는 예우 문화가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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