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이 시대 막중한 사명

탈핵, 이 시대 막중한 사명

[ NGO칼럼 ]

이진형 목사
2016년 09월 27일(화) 10:15

9월 12일 저녁 7시 44분, 경주 남서쪽 9Km 지점에서 규모 5.1의 첫 번째 지진이 발생했다. 집이 흔들렸고 가벼운 물건들이 넘어졌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들떠있던 경주 월성 나아리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래도 별일이야 있겠어 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 뒤로도 몇 번의 미세한 여진이 계속되었지만 지진은 잦아드는 듯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8분 뒤 발생한 규모 5.8의 두 번째 지진은 사람들 모두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지진이었다. 집은 요동치며 벽이 갈라졌고 물건들과 사람들이 내동댕이 쳐졌다. 주민들은 모두 집 밖으로 뛰쳐나와 여진이 계속되는 밤을 공포 가운데 뜬 눈으로 지새워야만했다. 자신들의 마을 옆 월성 원자력발전소 단지를 두려움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월성 원자력발전소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위치한 경주 나아리와 직선거리 30여km, 고리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와도 50여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핵발전소가 6.5~7.0의 규모를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이번 지진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참 뒤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를 수동정지 시키고 정밀조사가 아닌 육안조사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신월성 1,2호기 및 고리, 신고리의 원자력발전소는 육안조사조차 없이 계속 가동 중이다.

이번 지진 이후로도 진도 2~3도 규모의 여진이 300여 차례 발생했다. 이로써 200여km의 양산단층은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고 활성단층임이 분명해졌고, 기상청은 앞으로 규모 6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양산 활성단층 위에는 모두 14기의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방사성 원소 유출로 집단이주를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경주 모두 3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가 없었고, 원자력발전소가 별 문제가 없었다고 안심하기에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도 위태롭다. 지난 5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파 사고의 참사를 떠올리지 않아도 말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참여하고 있는 핵없는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인연대는 "핵은 생명공동체의 안전과 평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탈핵이 이 시대 한국교회에 주어진 가장 막중한 사명"임을 이야기 해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 세상을 한순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무기와 핵발전은 뭇 생명을 구원하여 풍성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바람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는 사탄의 실체"임을 깨닫고 한국교회가 원자력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탈핵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독일교회와 대만교회처럼 말이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참 좋은 모습으로 창조된 이 세계를 정성을 다해 가꾸고, 하나님의 영이 깃든 생명이 이 세상에 풍성하도록 돌보는 청지기로 부름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죽음의 길과 생명의 길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없어도 하나님이 주신 햇볕과 바람,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한국교회가 이야기하고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생명의 길이어야만 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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