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받아들여야 할 멍에

성격, 받아들여야 할 멍에

[ 기독교교육이야기 ]

김용재 목사
2016년 09월 20일(화) 14:11

"목사님 제 성격때문에 미치겠어요."
깊은 밤 걸려온 전화. 말이 없다. 조용히 흐느낀다. 치약이 눈가에 발린 것처럼 잠이 달아난다. 긴장된다. 계속 말이 없다. 조용히 흐느낀다. 시간이 흐른다. 나는 버틴다. 졸음이 밀려온다. "목사님 혹시 주무세요?" "아니, 듣고 있어." 또 말이 없다. 조용히 흐느낀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흐른다. "목사님 제 성격때문에 미치겠어요."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어이가 없다. 이제 곧 일어날 시간인데 '나는 너 때문에 미치겠다.'

그 아이 말고도 적지 않은 아이들이 그랬다. 밤에 전화를 해서는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흐느끼다가 자기 성격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나는 성격에 대해서 공부했다. 에니어그램, MBTI, DISC 등등을 책으로 배웠다. 재미있었다. 그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들에게 설명도 들었다. 알 듯 모를 듯, 수련회에 전문가를 모셨다. 나, 교사, 그리고 아이들의 성격 유형을 탐색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좋아했다. 

"목사님 제 성격 때문에 미치겠어요." 여전히 전화가 걸려왔다. 그 때에야 알았다. 그 '성격'이 그 '성격'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은 '성질', 보통 '성깔'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종교적인 체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다짐을 하곤 한다.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하나님께 고백한다. "나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어"라고 가족과 친구에게도 고백한다. 잘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견하다.

하지만 고단한 일상이 대견한 우리 아이들을 그냥 놔둘 리가 있나? 아이들이 힘겨워 예민해질 때, "하나님께 순종하려면 먼저 부모에게 순종해야지"라는 아빠의 말씀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려면 먼저 자기 방부터 정리 해야지"라는 엄마의 말씀이, "잃어버린 영혼을 구하려면 먼저 친구의 마음을 배려해야지"라는 친구의 말이 아이의 감정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다. 정서가 폭발한다. 성질을 부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늘 후회만 쌓인다. 구원받지 못한 것 같고 천국가지 못할 것 같고 우리 가정에만 성령님이 안 계신 것 같다.  

"화를 꾹 참고 순종하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라고 말하지 말라. 우리도 못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시키지 말라. 가족은 서로 다르지만 동거하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항상 크고 작은 갈등이 있고 나도 그렇고 예수님의 제자들도 싸우지 않았나. 나중에 나아질 거고, 지금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그러니까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아픈 동거가 공감의 폭을 넓고 깊게 한다고. 그렇게 우리는 세상의 아픈 역사와 지친 세계와 공감하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얘기해주면 좋겠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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