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서 주를 뵈오리라

갈릴리서 주를 뵈오리라

[ 논단 ]

강동수 목사
2016년 08월 30일(화) 13:47

강동수 목사
동신교회 은퇴
 

교단 내 노회 파행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면서 필자는 걱정과 함께 개탄을 금치 못한다. 장로교회에는 세 가지 직분 정신이 있다. 그 중의 첫째는 '모든 직분은 하나님이 부르시고 세우신 거룩한 직분'이라는 정신이다. 이것을 직분의 일반성이라고 한다. 교회의 목사, 장로, 집사, 권사를 비롯한 모든 직분들은 하나님이 친히 부르시고 그의 거룩한 교회를 섬기도록 세우신 직분이라는 것이다. 

어느 직분이 높고 낮으며, 또 어떤 직분이 다른 직분을 지배하거나 지배받는 관계도 아니다. 다만 직분마다 그 직분을 받는 사람의 자격이 다르고 그 직분을 받는 과정과 역할, 임무가 다른데, 이것을 직분의 구분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직분자들은 동일하게 하나님의 종이요, 종으로서 충성해야 한다는 종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 

종은 권리도 소유도 없고 지배권도 없으면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다. 오직 임무와 책임이 따를 뿐이다. 이것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간섭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통에 교회의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훌륭한 사역과 봉사를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하려는 중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열심 가운데 인간적인 욕심과 사탄의 유혹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목회자에게도 평생 피하지 못하는 시험과 유혹이 있다. 증경총회장 고 김형태 목사는 그의 마지막 저서 '목사의 일생'에서 목사가 사명자가 아닌 직업인이어선 안 되며, 세속주의, 교회성장주의, 위선과 독선, 이성의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수님도 선교 초기에 사탄의 유혹을 받았다. 사탄은 예수님에게 성공하려면 돈, 명예,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유혹했다. 만약 예수님이 사탄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했다면 당시 예루살렘으로 가셨을 것이다. 예루살렘이야 말로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갈릴리로 가셨다. 

소설가 카쟌차키스가 쓴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 보면 픽션이기는 해도 사탄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할 때까지 찾아와 유혹한다. 만약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당장 뛰어내려 인기와 명성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라고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상의 모든 죄값을 지불하고 운명하셨고, 다시 부활하셨다.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에게 천사는 말했다.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주를 뵈오리라(마 28:6~7)" 예수님은 갈릴리로 가셨지만 교회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된다. 그곳에 성령이 강림하고 제자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향한 복음의 물결이 시작된다. 예수님이 향하신 갈릴리는 지명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 자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 한국교회는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리로 가야 한다. 그럴 때 복음이 전파되고, 병든 세상이 고쳐지며, 방황하는 사람들이 주께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단히 엄중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교회의 직분과 역할을 놓고 다투며 마음 상할 때가 아니다. 여러 이교 세력과 이단의 사상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사회는 급변하고 생활 환경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많은 교회의 주일학교가 학생이 없어 폐쇄되고 교회 건물은 허물어지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고 하니 애가 타는 현실이다. 이럴 때 교계 중진들이 명예, 인기, 권위, 자존심 때문에 사탄에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이 통일의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가 바로서고,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 초대교회는 그랬다. 일본 정치적 압박 아래서도 기독교 지도자들이 생명과 체면을 내어놓고 민족구원의 복음사역을 수행했다. 그 결과 오늘 한반도의 번영, 영광, 선진의 은혜를 주신 것이다. 한국교회의 영광스러운 도약이 세계 기독교 역사에 길이 빛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예루살렘을 가지 말고 갈릴리로 가라. 거기서 부활하신 생명의 예수님이 기다리신다. 거기서 주님을 뵈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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