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너 있었는가, 그들과 함께 (5)가깝고 또 가까운 내 동포

거기 너 있었는가, 그들과 함께 (5)가깝고 또 가까운 내 동포

[ 특집 ]

송혜연 목사
2016년 07월 26일(화) 16:34

송혜연 목사
하나목양교회

올해는 6.25전쟁 66주년을 맞는 해다. 그러나 가까워져야만 할 것 같은 남북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고, 통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켰고, 남한 역시 대화의 창을 완전히 차단한 채, '선핵포기 후대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36년만에 열린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다섯 가지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는데, 여전히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런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보면 '과연 기독교인들인 70여 년의 큰 담을 넘어 어떻게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해하며 섬길 수가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예수님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담을 허신 것처럼 우리 기독교인들도 남과 북의 간격을 좁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은 기근과 홍수로 인해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된다. 그리고 3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쟁이 아닌 평화의 시기에 굶어죽는 비극을 맞는다. 

그 가운데 두만강과 압록강을 통해 탈북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데, 필자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70여 년 간 기도해 온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탈북자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한 언어와 핏줄을 가진 동포였다. 그들의 고난에 기꺼이 동참하며 성경을 가르치고, 예수님의 위로와 사랑을 전해주었다. 과거에는 외국인이라도 복음을 전하다 잡히면 매를 맞거나 실형을 받았으며, 심지어는 북한보위부에 끌려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은 동포를 위해 복음을 전했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예수님을 영접했고, 일부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남한 입국에 성공해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중 90%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듣고, 삶 속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중국 등 해외에 숨어살고 있는 탈북자는 수십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 중 3만 명 정도가 한국땅을 밟았다. 필자는 남과 북이 미리 하나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남한 땅을 찾은 우리의 동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섭리 속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탈북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가야 할까?

첫째, 자신을 부인하고 오직 복음만을 붙들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이 선두에 서야 한다.

긍휼은 원래 하나님의 속성이다. 하나님은 죄인인 우리를 불쌍히, 긍휼히, 사랑스럽게 여겨주셨다. 하나님의 긍휼은 죄인을 사랑하고 용납하는, 즉 십자가 사랑의 긍휼이다. 그리고 이런 사랑과 긍휼을 맛본 사람들이 먼저 북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것을 값없이 전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호세아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긍휼에 호소해야 한다. 굶주림과 육체적 질병으로 고통받는 그곳에는 물질적 공급도 필요하지만 예수님만이 줄 수 있는 영혼의 자유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 남한으로 탈북에 성공한 북한 사람들의 자살률이 남한 사람들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다. 그들은 북한이라는 육체적 감옥에서는 벗어났을지 몰라도 여전히 영혼의 감옥을 벗어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 가끔씩 탈북인들을 교회로 불러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지양하고 십자가의 복음을 공유하는 내가 만났던 복음의 핵심을 전하는 교회가 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통일의 지름길이 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탈북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섬길 수 있어야 2500만 북한 영혼들을 섬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통일을 위해 서로가 준비돼야 한다.

남과 북은 오랜 시간을 떨어져 보내며 정치적 분단은 물론, 정서적 분단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통합에 있어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서로 협력하며 서로 낮아지면서 함께 꿈꾸는 공동체를 만드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북인들은 남한 사회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정착에 힘쓸 뿐 아니라 남한 사람들에 대해 알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정착 과정에 큰 위기를 맞거나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교회나 기관은 이들을 구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고압적인 자세로 가르치려고 한다. 자기 희생은 없이 탈북인들을 이용해서 정부의 지원금을 챙기기도 하며, 이들의 정착보다 자신들의 조직을 키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도 한다. 

이런 교회나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 결과인지 한때 90%까지 올라가기도 했던 탈북인들의 교회 출석률이 지금은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교회에 대한 실망감 속에 언제부턴가 교회를 떠나는 탈북인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늘어나면서 남북의 교인들이 함께 예배하고 봉사하며 섬기는 교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함께 기도하며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앞에 언급한 대로 필자는 하나님이 탈북인들을 이땅에 보내심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확신하다. 우리가 할 일은 이들과 함께 거대한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겸손과 사랑으로 서로를 용납하고 배우며 진정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식이 아닌 신앙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극복하고 이 사회 곳곳에 필요한 기독교인으로 준비돼 가는 것이다. 아마도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통일을 허락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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