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위에 쌓은 복음의 빛, 한국교회 나침반' 되다

역사 위에 쌓은 복음의 빛, 한국교회 나침반' 되다

[ 교단 ] <우리교회> 부산남노회 동래중앙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7월 25일(월) 14:40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의 중요성은 이제 언급하는 자체가 식상한 일이 되어버릴 정도의 상식이 됐다. 민족은 자신들의 역사를 기억하는 행위로부터 정체성을 형성하고, 과거를 반추함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기억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정작 이를 위해 역량과 재정을 투입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이러한 상황을 교회에 대입시키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교회는 우리 기독교의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시키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부산의 동래중앙교회(정성훈 목사 시무)는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을 일개 교회로서 감당하고 있는, 역사의 소중함을 아는 교회

중 한 곳이다.

# 한국교회 역사 보존을 담당

동래중앙교회는 자체건물인 예람비전센터 3층에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관장:안대영)을 지난 2013년에 새롭게 개관, 한국교회의 유산인 고성서를 비롯해 잡지, 사진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며 130여 년 전 전파된 한국 근대 기독교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 계승하고 있다.
 
박물관장인 안대영 장로가 평생에 걸쳐 모은 4천여 점의 유물과 교회 성도 및 각계 각층의 기증을 통해 자료를 모아 시작된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에는 마태복음 쪽복음(1884년), 사복음 주해서 영문판(1707년), 왕길지 선교사가 선교현장을 다니며 사용한 100년 된 풍금, 게일선교사가 한글로 번역한 최초의 소설인 천로역정(1894년), 세계유일본인 언더우드 강도취집(1920년), 구약전서(1911년) 등이 소장되어 있다. 2009년 9월 안대영 관장 취임 및 박물관 설립을 시작으로, 2010년 '6.25 60주년 특별전시회', '호주선교사 사진전시회', 2011년 '삼일절 기념 특별전시회', 2012년 '북한 현지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재현된 아 북녘 땅! 잊혀진 교회들-전국순회전시회 개막전', 2013년 '정전 6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를 진행했고, 지난 2013년 10월6일에는 박물관 개관식을, 2015년 3월에는 부산광역시 제17호 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됐다.
 
이렇게 일개 교회가 한국교회 전체가 해야 할 역사 보존과 계승의 짐을 지고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담임 정성훈 목사는 다음세대로의 신앙 전수와 위기의 한국교회에 방향을 제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설교나 가르침만으로는 안됩니다. 역사를 보면 우리 선조들이 어떠한 신앙으로 한국교회를 지켰는지 알 수 있잖아요. 뿌리를 알지 못하면 신앙이 전수 되어도 껍데기만 전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유물에 담겨 있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감동을 받고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이 정말 귀한 것이구나'를 느낄 때 이 땅에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진정한 신학과 신앙에 물량주의라는 큰 도전에 직면한 한국교회가 이 위기 상황에서 어디로 갈 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온 방법으로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는 상태에서 신앙의 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가 전시한 유물이 한국교회가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은 오는 8월9~10월30일까지 고 김이호 목사의 유품으로 '하나님의 위대한 유산-하늘의 말씀, 땅의 찬미' 특별전 개최를 앞두고 있다.

#새 예배당은 신앙 이야기로 가득

   
▲ 새 예배당 외벽의 십자가는 임진왜란 시 일본이 공격선에 사용했던 나무로 만들어졌다. 침략의 도구가 복음의 상징으로 변모한 것.

 이렇게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교회의 면모는 이번에 예배당을 새롭게 건축하면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인문학적 감각으로 신앙의 스토리를 새 예배당에 적용시켜 교인들과 이웃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 15도 정도 기울어진 십자가는 우리의 노력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특이한 점은 말씀 콘셉트를 교회 건축에 적용시킨 점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동래중앙교회는 위도상으로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전과 일치한다. 동래중앙교회는 이사야 2장3절의 '이는 율법이 시온에서부터 나올 것이요 여호와의 말씀이 예루살렘에서부터 나올 것임이니라'라는 구절을 주제 삼아 앞의 창문 27개(신약), 뒷편 창문 39개(구약)로 디자인하고 본당의 이름도 예루살렘홀로 정했다.
 
겸손하신 예수님을 기리는 뜻으로 압도적이고 웅장함을 지양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부의 담도 경계를 짓는 개념이 아닌 성과 속의 세계 사이를 잇는 예술조형물과 같은 느낌이다.
 
동래중앙교회가 새 예배당을 건축하며 특별히 신경 쓴 것은 나무십자가다.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 가져온 이 십자가는 일본이 임진왜란 시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공격선(안타케부네)에 사용했던 나무다. 침략의 도구로 쓰였던 나무가 이제는 동래중앙교회에서 복음을 상징하는 십자가로 변신한 것이다. 특수 보존처리로 40년간 썩지 않는 이 나무의 길이만 8m이다. 정 목사는 "박물관을 만들 때 헌신적으로 건축해 준 니드택의 유창민 사장이 십자가를 들여올 때도 큰 역할을 해서 가져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담임 정성훈 목사가 박물관 관장 안대영 장로와 양피지에 그린 그레고리안챈트 악보를 보고 있다.


새 예배당은 말씀 이외에도 빛과 물의 이미지를 담았다. 본당 안에 들어가면 자연채광을 양 옆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평안한 분위기가 흐르게 했으며, 교인과 시민들이 정서적으로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수공간을 마련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세상이라는 물 위를 떠다니는 배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수공간 안에는 나무 십자가가 서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15도 가량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이렇게 십자가를 기울여 세운 이유는 기울어진 십자가를 우리의 노력으로 바로세워야 한다는 다짐을 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동래중앙교회는 이전 예배당을 허물면서도 십자가는 따로 떼어서 마당 앞에 전시해놓고 있다. 500톤이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교회만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새 성전 헌당과 건축과 함께 동래중앙교회는 지난 4월3~6월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프로테스탄트 정신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기독교인문학 강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100여 명의 교인들과 타교회 교인들이 참여해 기독교 인문학을 보급하는데도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동래중앙교회는 올해 10월 여선교회협의회 주관으로 예배당 건축으로 잠시 멈춘 시각장애인의 개안수술비 지원을 위한 자선바자회를 개최하며, 지역사회의 어린이들을 미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예람유치원을 설립해 운영중이다. 또한 늘푸른대학을 통해 지역사회의 어르신을 섬기고, 선한 사마리아 헌금을 통해 지역사회의 불우 청소년 가장들을 돕고 있으며,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를 통해서도 어려운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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