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기독교 반성 필요

여혐, 기독교 반성 필요

[ 교계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6년 07월 19일(화) 16:15
▲ 7월 1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개최한 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의 반성 포럼.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으로 불거진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독교의 책임은 없는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홍정길)은 지난 1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의 반성 Shall we overcome?'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사회 갈등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뿌리깊은 여성혐오 문제를 짚어 보고 기독교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현장에 참여했던 여유 씨와 최자혜 씨의 증언으로 시작된 포럼에서 여유 씨는 "'늦은 새벽' '강남'의 '유흥가'에서 여성이 살해됐다는 것을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서술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했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차별 문제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을 벗어나 미안함과 불편함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자혜 씨는 "강남역 살해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냐 아니냐 보다도 강남역 추모 현장에서 만난 남성들의 반응을 통해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여성에 대한 오래된 깊은 편견, 입체적 인간으로서의 여성상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한정된 여성상을 강요하는 것이 여성혐오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혐오를 넘어서는 여성주의적 응시의 윤리'를 주제로 발제한 백소영 교수(이화여대)는 "메갈리안들(반여성혐오 커뮤니티)의 활동이 수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이를 집단적 목소리로 응집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강남역에 붙여진 수 만장의 포스트잇 내용은 여자라는 이유로 당해야 하는 문화적 사회적 폭력에 대한 고발의 메시지가 많았고 이는 교육의 힘으로 젊은 여성들이 남성을 향해 '너희들의 응시 방식을 바꿔라'고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박일준 교수(감신대)는 '남성의 입장에서 조명하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우리 사회 여혐의 현실'을 주제로한 발제를 통해 혐오의 원리를 정의하며, "혐오는 배제할 대상을 찾는 것이며 여성혐오의 극복은 여성의 문제가 아닌 남성 자신의 극복문제이며 여성에 대한 남성적 환상의 극복이자 잘못 놓여진 구체성의 오류에 대한 치유"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여성혐오를 넘어서다'를 주제로 마지막 발제를 맡은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가해자가 교회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냈고 사건 직후 범죄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교회 여성을 언급했다는 사실은 한국 교회가 여성문제와 여성혐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며, "여성들은 성차별적 교회 문화를 신앙의 가치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지나친 겸손, 자기비하, 낮은 자아존중감을 내재화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교회의 여성혐오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양성평등 문화를 중요한 과제로 인식할 것,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교회 질서와 제도 정책을 재정립할 것, 여성혐오를 지속시키는 다양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성과 남성이 연대할 것, 여성의 주체의식 및 여성들의 연대의 필요성, 여성이 피해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공감할 것"을 제시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대담에서는 한국교회에서의 여성차별 문제를 실례로 들어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양성평등의 방향을 토론했다. 김은혜 교수는 "교회 내 여성의 위치만 봐도 가장 깊은 반성을 할 주체는 한국교회"라고 규정하고, 백소영 교수는 "무관심이 아닌 자기 위치에서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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