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여성

한국교회와 여성

[ 논단 ]

김학란 장로
2016년 07월 19일(화) 15:56

김학란 장로
성내교회

한국교회가 사회 발전에 끼친 커다란 공로 중 하나로 여성의 지위 향상을 꼽을 수 있다. 공적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고유한 인격체가 갖는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직 남계 혈족 유지의 보조자로서 살았던 조선시대의 여성들에게 기독교의 인간관은 혁명적인 복음이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나 여자가 평등하고 자유롭다(갈3:28)'는 복음의 선포는 당시 한국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삶과 자유를 선사했다. 그러나 개신교 초기 부흥에 영향을 끼친 이 강력한 해방의 에너지는 이후 가부장적인 문화와 교착되면서 그 힘이 매우 약해졌고, 한국교회의 성장 배경에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던 것까지 간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날 교회의 지도력과 역할 분담이 교인의 30%인 남성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모습을 보면, 한국교회의 성차별은 여전히 그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 교회사 연구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연구 방향 중 하나는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로 인해 묻혀진 여성들의 역사를 발굴해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 교단의 여전도회가 역사를 집대성한 서적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근거한 일련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가 전래되던 조선시대 후기 한국 여성의 삶을 이끈 전통적인 관념의 틀은 유교와 무속이었다. 유교의 세계관에서는 여성을 음(陰) 의 속성으로 규정하면서 낮고 열등한 위치를 상징하는 땅에 비유했다. 유교에서는 땅을 순응적이고 헌신적이며 양보하고 인내심이 많은 존재로 특징지운다. 따라서 인간 사회의 위계질서에서 여성은 그런 존재였다.

우리의 어머니들, 한국의 여성들처럼 자식을 위한 희생정신과 교육열이 강한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뿌리가 돼 남편과 자식이라는 꽃을 피우는 철저한 자기부정의 철학을 한국 여성들은 익혀 왔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더 이상 협소하고 이기적인 모성(母性)과 자학적(自虐的)인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성의 사회화'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간의 성품과 제도에 사랑, 포용 등을 담은 모성애를 반영하고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모성이 가정 뿐 아니라, 교회와 사회에서도 직접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이 때에 '교회 내 여성의 위치'를 재정립하기를 소망한다. 칼 바르트는 성(性)에 있어서 '상호의 질서 관계'를 말하고 있다. 성경에는 여자가 남자를 도와주는 배필로 창조됐다(창 2:18), 여자의 머리는 남자(고전 11:3~6)라는 표현이 있는데, 남자가 여자의 머리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여자는 남자의 몸이라는 의미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가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남자 없이는 여자가 없으며, 여자 없이는 남자가 없다(고전 11:12)"고 한 것이다. 
머리와 몸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머리는 몸을 인도하지만 몸은 머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남성이 의도해도 그 일을 완성하려면 여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머리라고 하더라도 예수님이 "머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라(마20:27)"고 하신 것처럼 섬기는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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