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가장 큰 기적

생존, 가장 큰 기적

[ 기독교교육이야기 ] 1318나눔 톡

김용재 목사
2016년 07월 19일(화) 13:56

"목사님, 중간고사 성적표 나왔어요. 그런데… 수학이 38점이에요."

고등학교 다니는 남자 아이가 내 방에 들어와서 한참을 쭈뼛거리다 말한다. 그 순간 목사님 마음이 사라진다.

"괜찮다. 다시 하자"라고 해야 하는데, 그만 아버지 마음이 밀려와서는 "야! 이놈아! 너 공부 좀 해라. 너희 엄마랑 할머니랑 매일 새벽마다 널 위해 울면서 기도하시는데…"라고 호통을 쳤다.

"목사님이 말씀하셨잖아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남김없이 다 쓰신다고…" 설교할 때,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그래도 그 말을 자기가 하나? 이런 상황에?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는 그만 두루마리 휴지를 던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연한 아이는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한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목사님, 저는 기대가 많이 돼요. 하나님께서 저를 고쳐서 쓰시려면 참 힘드실 거고, 그대로 쓰시면 이건 완전 기적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실까요?"

다 맞는 말인데, 너무 얄밉다. 도끼눈으로 쳐다보니 자기도 민망한지 은근슬쩍 물러나며 한 마디를 남긴다. "목사님도 쓰시는데…." 그 말이 맞다. 그 말이 가슴에 깊이 내려앉는다.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이 이렇게 쓰시는데… 아! 참 감사하다.'

잠시 후, 아이의 뒤를 따라나선다. 아이는 벌써 일방통행 길을 따라 저 멀리 걸어간다. "OO아~, OO아~"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네가 나보다 나아~" "너 정도면 충분해~" 아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며 제 길을 간다. 나는 그렇게 몇 번을 더 소리쳤다. 내 영혼에, 그리고 세상에.
아이들은 자기에 대한 부모의 기대감을 감지한다.

웬만하면 잘 해보고 싶다.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안 됐다. 앞으로도 잘 안 될 것 같다. 거의 확실하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 할 수 없는 과제를 떠안은 느낌, 무력감이 밀려온다. 꼭 그렇게 하려는 것은 아닌데, 자꾸만 늘어진다.

혹자는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자신에 대한 속상함과 부모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 가끔 이런 생각한다. '잘못 태어난 거 아닌가?'

아니다. 잘못 태어난 아이가 어디 있나? 잘못 대하는 어른이 있는 거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이들은 하나님의 손길이 머무는 영혼이다.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돌보신다. 자라나게 하신다. 함께 좋은 일을 이루어 가신다.

아이들의 영혼과 생활에 관한 하나님의 계획이 우리의 기대와 요구를 훨씬 뛰어 넘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계속 될 것이다.

그러니 꼭 기억하시라. 가장 큰 기적은 '생존'이다. 아이들에게는 '생존'이 '기적'이다.
<다세연 대표ㆍ숲속샘터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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