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풍날

어느 소풍날

[ NGO칼럼 ]

이강애 교장
2016년 07월 06일(수) 10:59

하남시에 있는 미사리조정경기장으로 소풍을 다녀왔다. 대형 버스를 빌려 학생과 교사 전원이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너무도 즐거운 하루였다. 도착하자마자 아이 중 하나가 "야~ 몽골 같다!"

넓은 잔디밭과 탁 트인 시야로 넓게 드리운 하늘이 보여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보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어찌나 좋아하던지…. 운동장이 없어 마음껏 뛰어놀지 못했던 아이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잔디밭에서 공놀이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며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임원들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호쇼르와 수태차를 준비하여 나누어 먹었다. 몽골전통음식 중 대표격인 '호쇼르'는 어른 손바닥 두 배만한 크기의 튀김 만두다. 큰아이들은 3~5개씩, 작은 아이들은 2~3개씩 맛있게 먹었다.

나도 먹어보니 조금 느끼할 정도로 기름이 많긴 했지만 맛이 괜찮았다. 식사가 끝난 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탔다. 저마다 자기 몸에 맞는 자전거를 한 대씩, 혹은 두 명씩 짝을 지어 타는 모습은 초원에서 말을 달리듯 자유롭고 신나 보였다.

사실 아이들이 자전거를 그렇게 잘 탈 줄 몰랐다. 그래서 타고 싶은 사람, 탈 줄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희망하는 아이들 몇 명만 태워주기 위해서다. 그랬더니 몸이 아파서 안타는 아이 몇 명을 빼고는 모두 타겠다고 손을 들었다.

날씨도 화창하고 아이들과 교사 모두 너무도 평화롭고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 또한 "더 이상 좋을 순 없다!"고 중얼거리며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순간, "교장선생님!"하며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 마침 한 기독교 방송에서 PD 두 사람이 우리학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촬영차 동행했는데 그 분들이었다.

"아이 하나가 허벅지가 크게 다쳤어요!"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8학년 남아 텔뭉바타르가 절룩거리며 아파하고 있었다. "어디를 다쳤니? 괜찮니? 어쩌다 그랬어?" "자전거 타면서 제가 다른 곳을 보다가 돌에 부딪쳤어요."

아이의 상처 난 부위를 볼 겨를도 없이 그 PD의 자동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언제든 아이들이 아프거나 다치면 싫은 내색 한 번 안하시고 치료 해주시는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수술용 침대에 아이를 눕히고 상처 난 부위를 보는 순간 너무도 놀랐다. 상처가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뼈가 보일 정도로 상처가 깊었고 속살이 많이 드러나 있어 보기만 해도 움찔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심한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아프지 않아? 아프면 울어도 돼. 소리를 질러도 되고." "아니에요, 남자는 울면 안돼요."
아이는 울지 않았다. 마취를 하고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동안에도 이를 악물었다. 가끔 "아!" 소리를 낼 뿐 울지 않았다. 울지 않는 아이를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그 옛날 척박한 땅에서 온갖 고난과 싸우며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의 후예라서 이토록 강한가? 몽골학교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이들이 강인하다는 것을 늘 느껴왔지만, 텔뭉바타르를 보면서 또 한 번 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다행히 아이는 살이 찢겼을 뿐 인대가 파열되지 않아 걷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다.

즐거운 소풍날에 아무 사고도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머지 아이들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다. 아이들과 함께 넓은 공간에서 맑은 공기로 호흡하며 함께 했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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