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여로

목회자의 여로

[ 논단 ]

강동수 목사
2016년 06월 29일(수) 11:54

강동수 목사
동신교회 은퇴

목회자는 교단이 인정하는 복음주의 신학이 바르게 정립돼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회가 부흥한다고 하니 세계의 잡다한 신학이 한국교회로 밀려들어 마치 신학의 장마당같이 됐다. 그래서 일어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신진자유주의신학, 신정통주의신학을 비롯해 근본주의, 종교다원주의, 최근에는 만유구원주의 미신사상, 신비광신주의 등이 그 얼굴을 내밀고 있다. 다행이 교단 신학교 교수 중심으로 한국교회에 적합한 통전신학을 정립하고, 더 나아가 아세아 영혼을 살리는 온신학(Ohn Theology)로 발전하고 있다.

아무리 여러가지 신학이 난무해도 목회자는 자기가 안수받은 교단 신학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또한 연합사업과 신학은 구분돼야 한다. 사업을 함께한다고 해서 신학의 특성과 본질이 혼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기독교의 신조(dogma)이면서 신비스러운 장점이기도 하다. 필자는 목사로 안수받은지 50년, 정년퇴임한지도 10년이 됐다. 그런데 은퇴를 하니 오히려 교회와 목회가 새롭게 보여서,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젊었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내 교단의 신학을 좀더 철저히 연구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분명한 신학의 노선과 정체성 없이 목회자로서 소명을 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목회자는 교회 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성장이 둔화되고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걱정을 많이 한다. 때로는 교회의 갱신, 개혁, 새로운 신앙과 선교운동을 부르짖기도 한다. 필자는 믿는다. 목회자와 교회가 그 기본 사역에 충실하면 교회 성장은 하나님이, 성령님이 친히 책임을 지신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교회 성장, 갱신, 개혁이 먼저가 아니라 그 기본사역에 얼마나 정열을 쏟아 붇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목회자의 기본 사역은 기도, 설교, 심방이다. 필자는 후임자에게 "처음부터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목회자의 기본인 기도, 설교, 심방에 열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 하나님이 자신의 교회를 책임지고 안정과 성장의 길로 이끄실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설교는 강의나 연설이 아니요 토크 콘서트도 아니다. 설교는 복음의 선포이다. 복음이 결여되면 아무리 훌륭한 강연이라도 능력이 없다. 복음에는 인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온갖 양념을 섞어 맛을 낸 음식처럼 어설픈 이론, 철학, 심리학 등을 뒤섞어 놓았으면 이는 죽도 밥도 아니다. 그것은 설교가 아니다. 설교 중에 교인들의 마음에 복음이 들어가면 이는 기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설교자는 강단에서 내려오기 전 성령의 인도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직감하게 된다. 말씀을 들은 교인들이 웃고 즐거워 했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설교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목회자는 제사장인데 왜 교인 명단을 앞에 놓고 강단에 엎드려 매일 기도하지 않는가. 매일 분주하게 교회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시무하는 교회의 예배와 행사들까지 인도하고 있다고 해서 만족스러워한다면 큰 오산이다. 은퇴하고 천국 문 앞에 섰을 때 자신이 참석한 모임과 인도한 행사를 열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후회하기 전에 기본에 충실해야 했다는 목회의 마지막 여로에서 하게 된다.

담임목사가 교인 가정 특히 새교인 가정, 어렵고 힘들어 하는 가정을 매일같이 열심히 심방했다면 오늘의 교회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교인들을 만나는 대부분의 자리에 부 목사를 보내고 자신은 경조사나 장례식 등만 참석하니 '담임목사님은 죽어서야 만나게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교회 형편에 따라 교역자들이 업무를 분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라도 목회자가 본래적 사역에 충실하면 교회는 부흥하고 더욱 든든히 세워질 것이다. 혹 '당신 자신은 어떠했는가'라며 필자에게 반문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 자신의 깨달음이기에 제목에 '목회자의 여로(the Journey of myself)'라 적은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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