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화 확산…교계의 대응은?

동성애 문화 확산…교계의 대응은?

[ 문화 ] 빠른 속도로 전방위적 확산…현재 교계 대응방식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6월 28일(화) 14:27

지난 11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교계를 넘어 전국민적으로도 찬반 양론이 뜨겁게 부딪혔다.
 
'퀴어(Queer)'라는 단어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퀴어문화는 전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금기시 되어 일반 사회의 수면 위로 부각되지 못하다가 '소수자 인권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하나 둘씩 사회로 노출을 시도했고, 이러한 흐름이 현재에는 하나의 문화로서 사회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퀴어문화는 연예인 홍석천 씨가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하고, 트렌스젠더인 하리수 씨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누그러지고, 해외의 퀴어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나라에 보급되면서 확산됐다. 퀴어문화는 특히 대중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고 그 영향력도 강력한 영상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 영상 매체와 방송으로 동성애 문화 확산

최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는 두 여성의 동성애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설정이다.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18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사상 개봉 첫 주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현재 누적 관객수가 400만명이 넘을 정도다. 동성애가 표현된 이 영화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일반 시민들에게 사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동성간 결혼을 한 김조광수 감독이 퀴어영화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관에서 상영된 동성애 소재의 주요영화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1년 배우 이병헌과 고(故) 이은주가 주연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황정민과 정찬이 주연한 '로드무비', 이준기와 감우성 주연의 '왕의 남자', 조인성과 주진모 주연의 '쌍화점' 등이 그 대표작. 이 영화들의 출연진을 보면 하나 같이 톱스타들이 참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톱스타들의 출연은 동성애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후 동성애는 TV 속으로 들어왔다. 2010년 방영된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동성애자인 장남과 어떻게 화해하는지를 그려 화제가 됐으며, 이후 예능, 코미디 프로, 연극에서도 동성애 코드는 심심치 않게, 그리고 거부감 없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방송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브로맨스(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로,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를 뜻함)'라는 단어의 등장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사라졌는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결과로 현재 대학에서는 26개 정도의 동성애 관련 동아리가 있고, 최근에는 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이 동성결혼을 인정받기 위해 법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
 
이에 대해 교계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거나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다. 교회 연합기관과 교단에서도 반대 성명이나 목회서신을 발표하며 동성애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을 비롯한 30~40대 교인들은 동성애에 대해 이전보다는 더 관대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동성애 맞불집회에 대한 거부감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인의 입장 중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은 퀴어문화에 대한 격렬한 반대 그룹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열린 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도 맞불집회를 열었다. 반대집회 참석자들은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동성애 OUT, 이슬람 OUT, 박원순 OUT'이 적힌 피켓을 들고 북을 두드리며 찬송가를 부르고 통성기도를 했다. 하지만 이들의 집회 방식은 '어버이연합' 등의 보수시민단체의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일반 대중들은 물론, 기독교 내부에서도 젊은층을 위주로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비록 반대집회에서도 "동성애자들도 우리의 형제"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인권 이슈에 민감한 젊은 교인들은 성소수자를 사회적으로 정죄하고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느끼게 하는 이들의 집회 문화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들의 생명을 살려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자는 취지로 진행된 집회이지만 이 집회를 바라보는 동성애자들 대부분의 반응은 조롱 혹은 적대감이었다. 게다가 일반 시민들마저 이에 대해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성석환 교수(장신대 기독교와 문화)는 "기독교인이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한 동성애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가 노출되는 한 퀴어문화축제에서 맞불집회를 한 그러한 방식으로는 진실한 신앙을 그들에게 전달하기는 어렵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하며 한다. 듣는 것이 찬성은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정죄ㆍ배제 아닌 포용이 우선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의 격렬한 반대에 대한 거부감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대표적인 기독 지성인인 이어령 전 장관이 지난 5월 12일 미래목회포럼 강연에서 한 발언이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하나님이 다른 죄는 다 용서해주셨지만, 소돔성처럼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갖고 인공적으로 조작하고 이상한 짓을 할 때는 멸하셨다"며 동성애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인간의 자유라고 적극적 가치로 옹호하는 건 그렇지만, 소돔성을 치려할 때 인간의 편에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구하려 했던 아브라함의 마음을 가진 분들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버리면 안 된다고 끌어안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치유될 수 없는 어떤 환자라도 품어줄 수 있는 톨레랑스를 기독교가 보여줄 때 소돔성은 구해진다"며 사회적으로 정죄하거나 배제시키기보다는 포용해줄 것을 강조했다.
 
퀴어문화가 앞으로 더 많이 쏟아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이를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보다 더 깊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이의용 교수(국민대 교양과정부)는 "항상 그렇지만 대사회 문제에 대해 기독교는 전략이 부족하다"며 "이번 경우처럼 동성애 행사가 진행될 때 맞불작전을 펴면 퀴어축제가 기독교와 동성애자의 전쟁처럼 이슈화되어 버리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다 같이 나가서 시위를 10배 크게 하면 퀴어축제가 없어질까? 그건 아니다"라며 "한국교회가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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