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존재하는 공공재 발견하기

우리 안에 존재하는 공공재 발견하기

[ NGO칼럼 ]

황병구 상임이사
2016년 06월 16일(목) 10:08

'공공성', 즉 '공익성'이야말로 기독 비영리기관과 운동단체들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임을 첫 칼럼에서 밝혔다. 그리고 비영리영역이 직면한 '자원의 부족'이라는 현실은 좌절의 조건이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되는 실존적 환경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누군가를 향한 극진한 사랑이라는 또다른 조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것은 특정한 몇몇 구성원에게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공통과제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공익적인 기독비영리기관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 잠시 돌아보자.

잘 알려진 통계에 의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학부인 하버드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집안의 첫째, 즉 '맏이'이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그의 정의론 강의에서 이 현상을 예시로 삼아 각 가정의 첫째 자녀들이 누리는 특권들을 열거하며, 하버드대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 외에 선천적 후천적으로 획득된 자원들은 그들의 것이 아니고, 엄밀하게는 공공적인 가치가 무작위적으로 개인에게 전이된 것이기에 이는 사회의 공공재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선천적으로 높은 지능, 풍족한 가정형편, 다양한 경험과 엄선된 기회, 안정된 가정와 인간관계, 정서적 견고함 등등이 모두 자신의 노력과는 다른 선물 같은 것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이룬 성과들은 상당부분 사회로 환원되어야 정의롭다는 것이다.

신앙적인 부르심을 입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자 공익적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이 가져야할 자기 정체성 역시 이와 유사한 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런 마음과 태도는 우리의 결단이나 노력이 아니라, 우리의 영적 신분의 변화로 말미암아 선물처럼 주어진 새로운 삶의 신성한 목표이고, 이 선택에 따라오는 우리의 여러 삶의 모습들과 역할들은 자기중심적 추구와는 반대의 경향, 이른바 공공재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의 가치 역시 공익적이라면 이들의 역할과 책무는 의당 공공재로서 해석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일종의 자부심일 수도 있고 일종의 겸허함일 수도 있다.

물론 공공재이기에 더욱 더 비영리기관 활동가들의 인생은 누군가에 의해 사적으로 소유되거나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이들의 고귀한 선택이 장기간 지속가능한 공공재가 되도록 열정페이나 헌신페이 같은 비정상적 착취를 멈춰야 한다.

단명과 이직을 거듭하는 이들을 장기근속과 헌신으로 이끌어야할 책임이 공적 영역의 선배들에게 주어진다. 혹시 며느리 시절 고생을 시어머니가 되어서 되갚는 미개한 사슬이 있다면 이는 구습으로 취급받아 마땅하다. 물과 공기, 의료와 교육, 교통과 통신이 사유화되거나 낭비될 때 겪는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선물처럼 존재하는 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인생을 주저하지 말고 힘써 응원할 일이다.

황병구:사회선교재단 '한빛누리' 상임이사. 서울대학교에서 공학으로 석사를 마친 뒤, 미국 페퍼다인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았고, 연세대 신대원에서는 교회음악을 전공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