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소리에 귀기울여라

광야의 소리에 귀기울여라

[ 논단 ]

손영호 목사
2016년 06월 03일(금) 08:34

손영호 목사
광주양림교회 원로

지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면서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많아진 줄 안다. WCC는 세계 340여 교단과 교회가 함께 하기에 우리 장로교회의 교리나 신앙에 맞지 않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복음의 핵심은 지켜가야 할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1991년 WCC 제7차 캔버라 총회(1991)에서 모 교수가 무당 푸닥거리같은 초혼제(招魂祭)를 했는데, 아무리 개인의 돌발행위라고 해도 대회 주강사가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동성애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교단의 선교 모체라 할 수 있는 미국장로교회(PCUSA)에선 동성애에 대한 수용적 결의 때문에, 800여 소속 교회들이 탈퇴해 새로운 교단을 창설하기도 했다. 

필자는 동성애가 육체적 또는 심리적 이상현상 때문이 아니라는 학설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롬 1:28)" 그들은 하나님이 없는 자들이기에 연민의 대상으로 보고 돌봐야지, 그들을 소수자로 인정해 보호할 일은 아닐 것이다. 

WCC는 전세계 교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기구인만큼 이를 주시하며 입장을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미국장로교회가 동성애 성직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우리 총회가 강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총회는 이런 때 필요한 것 아닌가.

필자는 WCC 부산 총회가 열릴 때, 그 이단성을 지적했던 전남노회 소속 한 목회자를 알고 있다. 당시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는 한 교계 방송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WCC가 다원주의나 용공이라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들이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 강한 사명감을 지닌 분들이라 생각하며 존경합니다." 

맞는 말이다. 교단의 건강을 위해 이처럼 외치는 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필자가 듣기로 그 목회자는 몇가지 죄목으로 노회의 징계를 받았다. 총회 역시 근신과 자술서 제출을 요구해 큰 상처를 줬다고 한다. 

신앙 양심에 비추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적했을 땐, 어머니같은 노회와 총회가 해명해주고 다독거려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목회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터인데, 징계성 대응으로 일을 처리한 처사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 없이 행한 일이기에 자술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끝까지 교단이 자신을 밀어낸다면 교단 탈퇴까지도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필자가 아는 그 목회자는 교회를 개척한 이후 30여 년 동안을 밤이면 강단 십자가 밑에서 기도하다가 새벽을 맞았던 그런 목회자다. 2000여 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시켰지만 항상 스스로 자신을 낮췄던 목회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교인들과 부산까지 가서 WCC를 반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개혁교회인 우리 총회는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며 그 개혁자들의 정신을 따라 광야의 소리를 폭넓게 들으며,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 지어다(갈 1:8)"라는 말씀을 명심하고, 우리 교단을 '다른 복음' 아닌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 위에 굳게 세워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떤 경우라도 강자인 총회가 약자인 목회자의 말에 항상 귀기울이며 그 아픔을 공감해 생명력이 넘치는 교단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다. 간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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