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나비'를 꿈꾸며

'평화 나비'를 꿈꾸며

[ 논단 ]

김가은 장로
2016년 06월 03일(금) 08:29

김가은 장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ㆍ서울성남교회

청춘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꿈과 비전을 향해 달려가는 그대들이 참으로 멋지다. 꿈이 많아서인지 새파란 하늘도 꽃과 새들도 모두가 그들의 친구, 그들의 것만 같다. 

아주 오래전에도 이런 마음을 가진 소녀들이 있었다. 말똥 굴러가는 소리에도 까르르 웃음을 자아냈던 소녀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같은 맑은 웃음을 자아내던 그런 이들이 있었다. 

역사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8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맑고 순수한 웃음을 품었던 꿈 많던 소녀들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감언이설로 속이거나 강제로 동원된 20만 명에 달하는 소녀들이 악몽같은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늘이 무너져 온통 깜깜한 세상을 살았던 그 소녀들…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이들, 고향에 돌아왔지만 외면당했던 이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어리석은 뭇 사람들은 이 일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침묵이라는 돌을 던지기도 한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았던 소녀들, 숨죽이며 살았던 소녀들,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가슴에 멍울을 가지고 살아온 소녀들, 지금 우리는 이들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라 조심스럽게 부른다. 한(恨)을 가슴에 품고 삭힌 세월 동안 그 소녀들은 할머니가 되었다.

일본군에 의해 인간과 여성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짓밟혔던 수많은 여성들의 한 맺힌 절규를 해결하기 위해 25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평화로(일본대사관 앞)에선 정의로운 외침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어린 성찰과 할머니들에게 진심어린 사죄, 법적인 책임을 이행하기는커녕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애써 온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주었다. 

위안부 합의 문제는 지난해에 끝난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죄이며, 조속한 합의 이행이 아니라 진심어린 소통"이라는 말에 우리사회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 또한 할머니들의 아픔을 끓어 안고 기억하며,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의한 역사가 서지 못하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1980년대 일본, 한국, 기타 지역에서 아픔을 지닌, 소녀시대를 잃어버린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끓어 안아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그들의 한(恨)을 수면으로 떠올렸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증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그들의 아픔과 함께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평화나비'가 돼 자유롭게 고향 하늘을 나르는 그날까지, "어머니 저 이제 왔어요, 많이 늦었지요. 죄송해요"하며 소녀처럼 자유와 평화를 누릴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주님은 상한 자를 치료하고 눈먼 자를 보게 하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주러 오셨다. 오늘 우리는 주님 앞에 '할머니들의 상함'을 내어놓는다. 주님이 할머니가 된 소녀들에게 자유와 평안을 주시길 기도한다. 

우리는 기도하는 무릎과 행동하는 손으로 이 할머니들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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