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공보 기획> 평균 연령 70세 '전국장로산악회'

<기독공보 기획> 평균 연령 70세 '전국장로산악회'

[ 교계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6년 05월 30일(월) 09:42

'산(山)'을 유별나게 사랑하는 장로들이 있다. 힘들어도 오르내리는 건 아름다운 자연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다.

전국장로회연합회 산하 전국장로산악회(회장:황상준) 회원들이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전북 진안의 운장산에 지난 5월 27일 올랐다. 기자가 이들과 동행했다. 격월로 산행을 하는 회원들은 제88차를 맞은 이번 정기산행에서도 하나님 주신 자연의 매력을 만끽했다.

회원들은 산을 타며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을 반가워했고, 형형색색 꽃의 향기를 맡는 호사를 누렸다. 머리부터 스며나온 땀이 목줄기를 타고 등을 적실 때쯤 개울을 만나 얼굴과 손발을 적시니 힘든 산행의 흔적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 전국장로산악회 회원들은 격월로 산행을 진행하고 있다. 가운데는 전 회장 신화남 장로.

오르막이 힘에 부쳐도 발걸음이 산뜻하고, 정상을 밟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들에게 있어 산은 고향같고, 엄마품같은 푸근함과 편안함을 준다.

운장산 북두봉을 오르는 중턱 개울가에 88세 동갑내기 회원으로 친분이 두터운 임영준 장로(경일교회)와 박상근 장로(청량리중앙교회)가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임영준 장로는 "등산을 하고나서부터 무릎 관절염이 씻은듯 나았다"고 간증했다.

박상근 장로는 "건강은 가만히 있으면 나에게 찾아오는게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등산이라는 운동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전국장로산악회 회원들이 산을 찾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평균 연령 70세로 인생의 산전수전 다 겪은 장로들은 "산이 인생과 닮았다"고 말한다.

인생 여정처럼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곧은 길이 있으면 구불구불한 길도 있다는 것.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새 목표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 전국장로산악회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재훈 장로는 올해 97세다.

또한 두달에 한번 진행되는 산행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면서, 무엇보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몸으로 느끼며 환경 청지기로서 살아야겠다는 사명감을 다진다.

회원 김장원 장로(송죽교회)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보고, 만지고, 걷는 것만으로 마음에 평안이 온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복식호흡을 하니 폐활량도 좋아진다"며 "자연과 교감하며 이렇게 훌륭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 장로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실제로 각자가 생활 속에서 녹색운동에 동참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장로산악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 소속 장로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23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배경호 장로(명수대교회)가 초대회장을 맡으며 창립해 첫 등반으로 충북 청원군의 구녀산을 찾았다.

올해 5월 현재까지 회원들이 오르내린 산은 88곳에 달한다. 실무 임원들이 500여 명의 장로들에게 산행 정보를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고, 꾸준히 활동하는 장로는 150명 정도.

▲ 운장산 등정에서 개울을 만나 땀을 식히면서 찬양을 하고 있는 회원들.

특별히 은퇴한 장로들에게는 산행 자체가 교제의 장이 되니 고령의 회원들도 자주 참석해 노익장을 과시한다. 최근부터는 여성 장로들의 합류 수가 늘고 있다.

최고령은 올해 97세의 김재훈 장로(영락교회). 매번 산행의 중턱까지는 올라 후배 회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김재훈 장로는 "하나님께서 건강의 복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건강 비결은 젊은 시절부터 많이 걸은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회원이 점점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회원 각자의 몸 상태 맞는 맞춤식 산행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산행은 난이도에 따라 3개의 코스로 정하고 있다.

총무 박상근 장로(호산나교회)는 "혹시 모를 사고 등을 대비해 혼자 산행하는 것을 금하고 두명 이상 동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산행은 6개 지역을 돌아가며 시행하며, 해당 지역 담당 부회장과 그 지역 산악회장들과 상의하여 정하고 산행지가 결정되면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위해 실무임원들이 반드시 답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 전 회장들과 실무 임원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비는 한번 산행에 2만원. 교통편과 식사, 사우나 등을 제공하니 큰 금액을 걷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모자란 경비는 주로 임원들의 분담금과 찬조금으로 충당한다.

회장 황상준 장로(주향교회)는 "장로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지교회가 되기 위한 정보 교환과 교제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것을 산악회가 충족시켜 주고 있다"며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산은 우리 모두를 너그럽고 넉넉하게 맞이한다. 등산은 건강 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까지 가져다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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