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1)목회자는 힘들다

목사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1)목회자는 힘들다

[ 특집 ] 평범과 탁월, 그리고 일탈

홍인종 교수
2016년 05월 03일(화) 14:49

홍인종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지난해 가을 목회자간에 칼부림 사건이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1월 또다시 목회자가 자녀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13세 된 딸의 시신을 거의 1년 동안 방치했고, 딸이 가출한 것처럼 위장하고 평소처럼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겸임교수이며, 한 교회의 담임목사였다. 그는 평상시 예의가 바르고 쾌활해 대인관계도 좋았다고 한다.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목회자의 일탈 행위는 단순히 문제가 있는 개인의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그 폐해가 크고,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는 아픔과 슬픔도 깊다. 분명 목회자에겐 목회 뿐 아니라 일상의 삶과 그 가정의 건강성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목회자와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또 목회자이고 목회자 가정이기에 받는 스트레스와 독특한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먼저는 목회자의 정체성과 연관된 개인적 어려움이 있다. 헨리 나우웬은 '친밀감'이라는 그의 책에서 '신학교 안에 있는 우울증'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것은 정체성과 연관이 있는데 능력을 원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느끼기에 가장 어려운 분야가 신학이고, 욕구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싶지만 모호한 기준 속에 그 충동을 다스리지 못하는데서 오는 괴로움을 겪는 것이 신학생들이며, 진정으로 부름받았다는 소명을 확인하기 원하지만 오히려 의혹이 많아지고 자기 스스로 그 의미를 발견해야하기 때문에 좌절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비슷한 현상이 신학교 교수들에게도 나타난다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좌절감이 신학교 안에 만연된 우울증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상은 목회 현장으로도 이어진다. 목회자가 됐지만 현장에서 요구받는 과중된 역할들로 인해 자신의 능력 없음을 절감하며 좌절에 빠진다. 에드워드 브래처는 이것을 '초능력 목회자 신드롬'이라 부른다. 목회자는 교인들로부터 끊임없이 물 위를 걸어보라는 기대를 받지만 실상 목회자는 기적을 만들 수 없고 단지 수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뿐이다. 한 개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성취감이나 성공을 경험해야하는데 목회자로서 물 위를 걷는다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하며 낙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목회자가 돼도 통제되지 않는 욕구들과 성적 욕망들로 인해 이상적 행동이나 성적 일탈의 유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나님께 헌신한 목회자가 되면서 불순한 욕망이나 욕구들이 한 번에 사라지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목회자로서 요구받는 삶의 탁월성에 대한 압박감은 날마다 경건 훈련과 영적 싸움을 하지 않으면 지키기 힘들고, 잠시 방심하면 교인과 잘못된 관계에 빠져들거나 힘을 남용하게 되기 쉽다. 마크 애터베리는 강함을 추구하며 경계선을 무시하거나 정욕과 씨름하는 남성의 성향을 '삼손 신드롬'이라 명명했는데, 특별히 목회자들이 이런 위험성에 자주 노출된다고 한다. 경찰청에 의하면 최근 6년 동안 전문직 성범죄자 중에서 성직자가 가장 많았다는 부끄러운 통계도 있다.

목회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 목회자로서의 부르심에 대한 회의는 계속 증폭된다. 기독교계 한 목회자 모임이 지난 2013 실시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담임목사 500명에게 '소명에 대해 후회해 본 경험이 있는가'를 물었더니 34.4%가 후회한 적이 있다는 답변을 택했다고 한다. 이중 49세 이하는 40.6%, 60세 이상은 16.0%로 목회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후회한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목회자의 후회는 사역에서 더 큰 좌절을 느끼게 할 것이고, 또 쉽게 탈진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서적 상태는 때로는 분노, 폭력, 우울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목회자 개인이 직면하는 어려움 뿐 아니라 목회자 가정이기에 겪는 어려움도 있다. 미국 통계지만 목회자 가족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 중에는 '재정적 어려움'과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 때문에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순위가 높다. 그 다음에 '친한 친구를 만들기가 힘들고 개인 사생활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뒤를 잇는다. 목회자 자녀들은 '비현실적인 높은 기대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보았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자유감의 결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자유의 결여'를 높은 순위로 꼽았다. 

이처럼 목회자의 부르심은 가족 전체의 부르심과 무관하지 않다. 왜냐하면 남성이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으면 자연히 아내는 '사모(pastor's wife)'로, 자녀는 '목회자의 자녀(pastor's kid)'로 불려지고, 이에 따라 걸맞은 역할을 요구받으며, 목회와 분리되지 않는 독특한 가족관계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목회자 가정은 일반 가정과는 다른 역할과 경계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목회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목회에 응답해야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역할의 모호성과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의 부족, 그리고 목회자 가정을 바라보는 눈들(리와 볼스윅은 그의 책에서 목회자 가정을 '유리 집에서의 삶'이라고 표현했다) 때문에 가족의 결속력이 약화되기 쉽다. 게다가 목회자는 교인들의 평가에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면 결국 아내나 자녀들에게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목회자 가족 구성원들 간에 불평과 불만, 갈등과 탓하기 등이 많아지고 결국은 가정이 깨어지는 일까지 일어날 수 있다.

목회자와 그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과 독특한 목회사역에도 불구하고 일반가정과 비교할 때 더 건강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대부분의 목회자 가정은 탁월한 도덕적 요구와 교인들의 높은 기대에 긍정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목회 현장에서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받으며 상처받고 깨어지는 목회자와 목회자 가정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목회자와 가족 구성원들은 비교적 안녕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경계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풀러신학교 심리학대학원 학장이었던 아키발드 하트 교수는 "목사, 목사 부인, 목회자 자녀도 일반적인 인간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그의 신체나 정신을 남용하게 되면 효과적인 사역을 수행치 못한다"고 말했다. 목회자 가정이나 일반 가정이 건강성을 유지하는 원리는 같을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와 그 가정만이 겪는 독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고, 가족 응집력을 높이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교회와 교인들은 목회자가 그 건강성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적인 기도와 심리적 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도 교인도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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