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구분이 필요한 '공사다망'한 교회

공사구분이 필요한 '공사다망'한 교회

[ NGO칼럼 ]

황병구 이사
2016년 04월 19일(화) 16:31

아주 간략히 정돈하자면, 비정부기구(NGO)는 정부의 기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사회의 필요를 해결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또하나 비영리조직(NPO)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의 필요를 해결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이 정의에 의하면 기독교회는 비정부기구이자 비영리조직의 일종으로 커다란 구분이 가능하다.

한편, 조직이 가진 지향으로 유사하게 구분해서 정돈하자면, 특정소수의 유익을 위해 존재하는 사(익)조직, 조직원의 상호 유익을 위해 존재하는 회원(호혜)조직, 공공의 유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익)조직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오너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라면 사익조직이며, 회원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협회나 조합은 회원호혜조직이며, 의료나 교육 등의 사회공공재를 구성원들에게 공급하는 조직은 공익조직이라고 여길 수 있다.

여기서 돌아볼 지점은 이 사회에서 공공의 유익을 위해 존재한다던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점점 사익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대학과 병원들이 보여주는 학생과 환자유치 경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정부부처나 지자체도 공공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역이기주의를 떠올린다면 이는 자명하다. 여기서 더불어 발견할 수 있는 반성의 지점은 한국교회의 많은 교단과 지역교회, 선교기관과 시민단체는 과연 사익조직과 상조조직을 넘어서서 공익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자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윌리엄 템플 주교는 '교회는 비회원의 유익을 위해 존재하는 지구 상의 유일한 협동조합'이라는 강력한 표현으로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자체가 죄의 뿌리인 자기중심성에서 자유함을 얻은 자가 된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의 교회는 과연 공사다망하다. 고통 중에 있는 성도들의 일상을 돌보아야 하는 세심한 목양에서부터 지구의 생태계과 환경을 위한 선지자적 기도까지 공존하는 공동체이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교회마저 점점 사조직화되어온 경향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하는 정체성은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에 동참하는 파트너로서의 공공성이다. 종교권력자의 사익을 넘어서서, 성도들의 필요만을 채우는 호혜조합을 넘어서서, 사회의 절실한 필요에 응답하는 타자지향적 공공성이 교회의 고유한 속성이라는 자존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회가 이 역할에 대해 무감각해진다면, 어쩌면 교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 소위 비교회조직(NCO)이란 새로운 정의가 탄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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